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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새터민 출신 메달리스트 이경희 코치

2011-11-03

지난달, 한국 리듬체조의 기대주, 손연재 선수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 성적으로 2012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국내 리듬체조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더욱 높아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국가대표 리듬체조 분야에서 남다른 사연으로 눈길을 모으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대표 리듬체조 단체팀을 지도하는 이경희 코치 그녀는 과거 북한 최고의 리듬체조 스타이자, 리듬체조에서 보기 드문 동아시아의 스타였습니다.
89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했고, 1991년에는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리듬체조 개인종합 우승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는데요. 이경희 코치를 직접 만나보시죠.

(이경희 코치) 9년도에 처음으로 세계대회에 출전을 했고요. 90년도에 일본에서 4대륙 선수권 대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개인종합 3등을 했고, 볼에서 1등을 했고. 그 다음에 91년도 대학생 U대회에서 제가 개인종합 1등, 그 다음에 볼에서 1등 곤봉에서 1등, 금메달 3개 따고요.
리듬체조 시작하게 된 동기는요. 저희집 같은 경우는 딸만 많다 보니까, 제가 좀 특별했데요. 어릴때부터 가만히 있지 않고 엄마가 쟤는 뭔가 해야할 것 같다해서 리듬체조하는데 데려다주고 엄마가 픽업을 한거죠.
그 다음에 1년 지나서부터는 코치 선생님이 보고 제가 키도 좀 크고 팔다리가 남들보다 좀 길었어요. (그리고) 특별히 유연했어요. 유연하다보니까 쟤는 키우면 되겠다. 그렇게 했는데..


유니버시아드 3관왕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공훈체육인’ 호칭까지 받은 이경희 코치는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교수였고, 94년 선수생활을 접은 후에는 북한 고위층 집안의 아들과 결혼을 했는데요. 그런 그녀가 고향을 떠나 남한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 대회에 참가하며 직접 본, 바깥세상이 북한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이경희 코치) 제가 14살부터 국제시합을 나가다보니까 외국에 나가면 (바깥세계를) 보잖아요. 특히 유럽 같은데 가면 2명이상 3명이상 (선수들이 같이) 화장실도 가야되고, (주체사상) 강연을 듣고 주의를 받고 시합을 갔는데 보니까 그게 아닌거에요.
학교에서 배우고 교육받은 것보다 나가서 실제 내가 현실적으로 러시아, 불가리아, 프랑스, 이태리, 아테네 이런데서 하다보니까 너무 (배운 것과 실제 바깥 세계가 다르다는 걸) 점점 크면서 더 느껴지는거에요. 어느덧 제가 엄마가 됐어요. 엄마가 되고나니까 내가 애를 가르침에 있어서, 아,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겠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남편의 사업 때문에 중국에 머물고 있었던 이경희 코치는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결국 2007년 6월, 아들을 데리고 남한행을 택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다행히 과거 그녀의 활약과 실력을 기억하는 국내 리듬체조 관계자들 덕분에 남한에 정착한지 5개월 만에, 대한체조협회 일을 맡게 됐는데요. 하지만, 메달리스트인 그녀도 남북한 리듬체조의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경희 코치) 북한에서는 리듬체조라고 안하고, 예술체조라고 하죠. 그 다음에 이제 작품이나 음악이나 기구에서 많이 차이가 나요. 리듬체조는 음악이 있잖아요. 배경에 무조건 북한음악 써야 되고요. 외국 음악은 못써요. 그 다음에 작품도 작품을 짜거나 새로 작품룰에 맞게 바꿀 때도 북한만의 룰이 따로 있어요.
용어는 많이 생소했어요. 북한에는 북한말만 써야되는데 여기는 외래어가 한국말로 굳혀진거잖아요. 예를 들면 점프, 거기는 뛰기, 그 다음에 피버는 돌기, 이렇게 하는데 그런말을 북한에선 쓰면 안돼요. 쓰면 일주일마다 회의할 때 비판받아요. 외래어를 쓴다고 정신적으로 무장이 안된, 주체사상으로 준비가 안된거로 표현이 되기 때문에 근데 여기와서 맨처음에는 거의 외래어가 굳혀진 한국말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힘들었는데그래도 전세계적으로 리듬체조에는 통하는 용어라 괜찮았어요.


이경희 코치는 대한체조협회 순회코치 자격으로 리듬체조 대표팀을 두루 지도하다가 올해 1월부터는 단체팀 전담 코치가 됐는데요.
그녀는 아직 리듬체조 단체팀이 내세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동을 꼭 지켜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경희 코치) 한국의 리듬체조 실력이 베이징 올림픽때부터는 진짜 많이 급상승한 것 같아요.
얘들도 한명한명 성적이 좋아지는 얘들이 나타나다보니까 어린얘들도 많이 나왔고요. 여기는 불가리아 러시아 전지훈련도 가고 서로 교류협력하면서 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엄청잘해요.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개인적인 계획은요 그냥 저도 메달리스트의 자존심을 걸고 제가 가르치는 선수나 팀이나 대한민국에서 지금 올라가 고 있는 상승단계지만 좀 더 업그레이드돼서 메달까지 딸 수 있게 잘 가르쳐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고요. 대한민국 리듬체조 발전을 위해서 제가 뭔가 해냈다하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자유를 찾아온 남한에서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이경희 코치 메달리스트를 넘어 한국 리듬체조를 최고로 이끌, 코치로서 그녀의 활동에도 큰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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