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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탈북자 최초의 여성실버합창단, ‘고향의 봄’

2012-01-26

낭랑한 목소리의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이곳은 서울 중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입니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북한 노래 ‘사과나무, 능금나무’를 부르고 있는데요.
이들은 모두 65세 이상의 새터민 여성들로 이뤄진, 탈북자 최초의 여성실버합창단, ‘고향의 봄’ 단원들로 반주자의 집에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한금복 단장을 만나보시죠.

(한금복 단장) 우리 어르신 분들로 이렇게 다 조직됐잖아요? 60세 이상부터..? 그런데 그분들 생활을 보게 되면 연령상으로 해서 사회에 설 자리가 없어요. 취업도 안되고 때문에 제가 상담을 하면서 집집마다 다녀보면 너무나도 우울하게 생활하고 있고 TV에만 매달리고 있고 TV 너무 봐서 눈이 아프데요. 그래서 이분들의 연령상 볼 때 뭔가 잠재력을 발휘해서 취미에 맞게 조직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끝에 실버 합창단을 꾸리게 됐습니다.

합창단이 처음 입을 맞춘 건 지난해 4월 한 종교단체의 탈북자 모임인 ‘탈북 동포회’를 이끌던 김규호 목사가 이들의 남한 정착을 돕고, 음악을 통한 봉사를 위해 회원들에게 합창단 구성을 제안하면서부터인데요.
새터민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자체 오디션을 봐, 탈락자를 가려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선발된 합창단원은 모두 25명 대부분의 단원들이 따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그저 노래가 좋아 모인 게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습니다.

(단원 1) 올해 80세입니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합창단 보기에는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같이 다녀도 되겠나 이런 생각드는데 얼굴은 늙었지만 마음은 아직 젊어서 자꾸 하고 싶은 마음이, 열성이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나오고 있습니다.
(단원2) 자랑스러운 것은 (단원들이) 연세 있으시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전혀 가사를 보지 않고 이제 새로 배운 노래도 무조건 암송해라 이렇게 하니까 하고자 하면 결심하면 못할 일이 없잖아요. 그런 다짐이 있으니까 이분들은 무조건 며칠이면 다 외우고 그게 자랑스러워요.
(단원3) 이 땅에 와서 노인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증처럼 고향 생각하며 자꾸 울다보니까 병이 나던 것이 이렇게 합창단에 오면 수다도 떨고 또 새소식도 전달해 듣고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건강도 좋아지고 밥도 모여서 또 국수도 해먹고 고향음식도 하니까 모두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동안 넘치는 의욕만큼 실력이 늘지 않거나 따로 연습실을 마련하지 못해.. 속을 태운 적도 많습니다.
단원들이 음표나 악보가 뭔지 몰라 일일이 음을 가르쳐야 하는가 하면 연습실을 마련하지 못해 한 단원의 집에 모여 노래를 부르다가, 시끄럽다는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는데요.
한여름에 문을 닫고 연습하다 땀 범벅이가 된 것도 여러 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동안 같은 새터민 출신으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맹연습을 한 결과 연말에 첫 정기공연을 열고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총 12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금복 단장) 정기공연을 우리가 하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가 12가지 노래를했거든요? 1부, 2부, 3부 이렇게 했는데 가사도 하나도 보지도 않고 음율도 하나도 틀리지 않고 그렇게 다 하나의 목소리로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제가 느낀 것은 정말 우리 단원들이 괜찮다. 우리 어르신분들이지만 연세 있어도 정말 이렇게 합심해서 하게 되면 합창단이 더 발전될 수 있고 (통일이 되면) 우리 고향에 가서도 이 합창단을 꾸려야 되겠다, 이런마음을 가지게 됐고요.

‘고향의 봄’ 합창단의 나이를 잊은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양로원이나 복지관 등을 방문해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는데요.
한금복 단장은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며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과 포부를 밝힙니다.

(한금복 단장) 목적은 우리가 이렇게 즐겨부르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남한사회에 와서 정부의 배려만 받고 우리가 해놓은 일이 없으니까 이런 노래로서라도 이렇게 열악한 복지시설들을 찾아다니면서 나눔의 사랑을 실천해야겠다는 그런 바람으로 자원봉사를 한쪽으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서 더 우리 합창단원들이 한데 똘똘 뭉쳐서 단합 된 힘으로 자원봉사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합창단을 더 정말 음악적으로 더 발전시켜서 하나된 목소리로 정기 공연과 전국순회공연하고 그 다음에 미주공연하고 싶고요. 최선 다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아픔을 잊고 인생의 활력을 되찾은, ‘고향의 봄’ 합창단 단원들!
합창을 통해 결코 늦지 않은 도전이라는 희망을 선사한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 큰 활동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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