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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국에서 미용사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새터민 이영금씨

2012-03-29

미용사의 능숙한 손놀림에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머리 모양이 조금씩 바뀝니다.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한 남성 전용 미용실. 이곳은 새터민 출신 이영금씨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2004년 한국에 입국한 이영금씨는 서울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던 중 미용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미용사 이영금씨) 미용일을 한지는 지금 한 6년 정도 됐어요.
그냥 기술직으로 가자, 그게 안정적이다라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사람들(새터민)이 배울게 미용 아니면 피부, 아니면 네일 아니면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해서 그래서 미용을 선택을 했어요.
여자 머리는 그때그때마다 끊임없이 이렇게 헤어스타일이 바뀌잖아요. 그걸 따라가야 되고 저는 여자분들을 상대하기가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남성 머리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초급 디자이너로 올라가자, 그 과정을 밟다보니까 적성에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쪽으로 가자, 나는 이게 딱 맞다 싶어갖고 남성 전용으로 이제 선택을 했어요.


이후 미용 학원을 다니며, 3개월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따게 된 이영금씨는 맨처음 미용실 스탭으로 일을 시작했는데요.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지만, 일하는 기쁨에 힘든 줄 몰랐고 무엇보다 북한과는 다른, 한국의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미용기술에 놀랐다고 합니다.

(미용사 이영금씨) 남자분들만 이발소 가서 말그대로 머리만 자르고 여자들은 개인 집에서 아주머니가 그 머리 하는 사람이 대충 머리를 배워요.
중화하고 파마 말고 거기서 여자 머리 컷트도 다 하고 그래요.
헤어스타일이 많이 차이가 나죠. 거기(북한)는 아무래도 오래된, 그 옛날 스타일이 아직도 많이 유행이 되고 한 가지 스타일밖에 없어요. 여기 (한국)서처럼 무슨 머리, 무슨 머리 그런 게 없어요. 그냥 파마면 파마, 그거 하나밖에 없어요. 앞머리 파마 그냥 뽀글뽀글 하게 하는 파마 머리가 녹아서 얼마나 고생을 하는데요. 툭툭 부러져서 떨어져요. 약이 세다보니까 이렇게 한국처럼 좋은 약들이 안나오고 그래서 약이 굉장히 독해요. 차이가 많죠.


그러던 중 지난 2009년, 당시 일하고 있던 미용실 사장님이 지병 때문에 가게를 내놓게 되자,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했던 이영금씨는 직접 가게를 인수하고 싶어 했는데요.
자금도 부족하고 마땅한 담보도 없어 쉬운 상황이 아니었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북한이탈주민 창업 지원을 통해 지금의 미용실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이영금씨 외의 두 명의 미용사와 9평 남짓한 실내에 미용 의자 4개를 갖춘 작은 규모지만, 평일에는 평균 40-50명, 주말에는 80-1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손님이 끊이질 않는데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어낸 이영금씨만의 비결은 뭘까요?

(미용사 이영금) 이렇게 하기까지는 아무래도 단골손님들 관리를 잘 하고 신경을 좀 많이 쓴 것 같아요.
꾸준히 오시는 분들한테는 무료로 두피 마사지 굉장히 시원해요. 그걸 가끔씩 무료 서비스를 해드리고, 그리고 제품들도 가끔씩 이렇게 드려요. 그런 것들도 드리고 그리고 계절마다 아니면 명절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요. 제가 직접 핸드폰으로 이렇게 해서 보내요. ‘많이 오세요. 와주세요.’ 이런 문자가 아니라, 그냥 ‘화창한 봄날입니다. 잘 보내시고요.’ (또는) ‘명절 잘 보내시고요.’ 이런 문자를 보내니까 굉장히 고마워들 하시더라고요.


바쁜 와중에도 이영금씨는 짬짬이 시간을 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두번 미용도구를 챙겨 노인 요양원이나 복지관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데요.
이렇게 어르신들과 함께 하며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랜다고 합니다.

(미용사 이영금씨) 저는 이렇게 할머니들이 지나가시잖아요. 그러면 아, 우리 엄마도 저 나이인데 지금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요.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에 집생각이 많이 난다라는 걸 못느꼈어요. 그런데.. 올해는 명절이 굉장히 외롭더라고요.
요양원 같은데 가면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많이 계시잖아요. 아무래도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까.. 가면 되게 좋아요. 그리고 작은 이런 기술이나마 그래도 도움이 좀 되고자 어렵게 사는 분들한테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그냥 짬짬이 조금씩 가요.
가게가 쑥쑥 번창을 했으면 좋겠고. 2호점을 하고 싶은 게 이제 목표에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빨리 북한이 개방이 돼서 그쪽으로 가서 (미용실을) 하고 싶어요.


남한에서 배운 미용기술과 자신만의 경영 철학으로 새롭게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이영금씨 그녀가 북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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