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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탈북 청소년의 남한 정착기를 그린 소설 ‘우주비행’의 작가 홍명진

2012-09-13

(홍명진 작가)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죠. 작가한테는 두 번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고요. 한번 받을 수 있는 상이니까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상이 주어져서 그 기분이야 말할 수 없이 좋고요. 큰 행운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제10회 사계절문학상에서 소설 ‘우주비행’으로 대상을 수상한 홍명진 작가 수상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미소 짓는데요.
사계절문학상은 국내 한 출판사가 청소년 문학의 창작정신을 북돋우고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상입니다.
특히 이 소설은 탈북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청소년 소설의 스펙트럼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낸 작가의 뚝심과 문학적 재능이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는데요.
소설 ‘우주비행’이 어떤 내용인지, 홍명진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홍명진 작가) 여기에 주인공 박승규라고 나오는데요. 이 친구가 2008년 봄에 남한에 들어와서 이제 막 1년이 지난 새내기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친구가 주거 배정을 받은 한 임대 아파트에서 엄마랑 둘이 살면서 같은 또래들을 만나서 밴드부를 만들고 거기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에요.
우주비행이라는 것은 우리가 무중력의 공간을 운행할 때 이렇게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탈북 청소년 승규가) 갇혀있는 나에서 탈피를 해서 좀더 자유롭게 날면서 넓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 그걸 담아내고 싶었거든요.


이 소설의 주인공 박승규는 국경을 넘어 이국을 떠돌다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입니다.
어머니, 누나와 함께 북한을 떠나왔지만 누나는 중국에서 잃어버리고, 어머니와 단 둘만 남한에 왔는데요.
하지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남한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공중에 붕붕 떠있는 무중력 상태로 이질적인 느낌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고아야, 우주의 고아!”
민우 형이 쉼터를 떠나면서 내게 한 말이 아직도 선명하게 박혀있다. 이곳 아이들은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애들과 달리 형은 끊임없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내 고향이 마치 비현실적인 곳처럼 멀게 느껴질때가 있다. 나는 아직 아이들에게 내 고향이 북쪽이라는 걸 말할 자신이 없다. “나는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거야..”


그러던 어느날 승규에게 복지관 직원인 ‘노랑머리’가 나타납니다.
누나를 닮은 그녀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밴드부에 들어오라 제안하고 승규는 밴드부에 들어가 남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무미건조했던 일상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홍명진 작가) 박승규라는 아이가 복지관 아이들하고 어울리면서 밴드부를 조직하고 그러면서 자기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는 거죠. 내가 여기 이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통찰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박승규 이외의 상휘나 혜나나 이런 아이들 역시 박승규처럼 남한에서 부유하지 못하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거든요. 이 복지관 아이들과 이렇게 어울리면서 자기 자신을 하나하나 깨나가는 과정이 아주 촘촘하게 그려져요.

홍명진 작가가 탈북 청소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년여 전 한 신문에 실린, 탈북 청년의 사진을 본 후였습니다.
스물 살 청년이지만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몸과 140cm가 조금 넘는 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데요.
그동안 새터민을 소재로 한 일반 소설을 써보려고 고심했지만 탈북이라는 주제가 갖는 무거움 때문에 망설여왔던 그녀는 그 사진을 본 후 새터민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냥 우울할 줄만 알았던 탈북 청소년들도 꿈이 있고, 유머가 있고, 우정이 엿보이는 남한 청소년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또래였다며 오히려 그들 앞에서 긴장하고 당황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고 고백합니다.

(홍명진 작가) 실제로 제가 탈북청소년들을 여럿을 만났는데 그들이 저한테 마음을 다 열어서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제가 놀랄 정도로 밝고 우리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그 얘들은 우리의 문화에 빨리 아주 빨리 받아드려서 굉장히 적응을 잘해가고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것도 그렇고 나와 영판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다르지 않은 그들이 우리 옆에 있거든요. 지금 탈북청소년이 아마 통계수치로 한 1600명 가까이가 된데요. 결코 적은 수가 아니거든요. 그 많은 아이들이 우리 생활 어느 곳엔가 같이 서있다는거에요. 그런데 그들은 그림자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한번 더 환기해서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 저는 그 얘기를 하고 싶고 그리고 우리의 반쪽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죠.

더 이상 우리사회의 경계인이 아닌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탈북 청소년 승규의 희망찾기를 그린, 소설 ‘우주비행’ 이 소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남한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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