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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탈북자들의 상황과 심경을 그린 동화책, ‘국경을 넘는 아이들’의 박현숙 작가

2013-03-28

지난해 말 통일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국내로 입국한 탈북자 누계는 2만4613명.
남한 인구의 0.04%, 북한 인구의 0.1%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탈북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1990년대에는 먹고살 길이 없어 탈출을 한 반면, 최근에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탈북을 결심한다는데요.
최근 이 같은 탈북자들의 상황과 심경을 동화로 그려낸 작품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이란 작품인데요.
이 동화책을 펴낸, 박현숙 작가를 만나보시죠.

(박현숙 작가) 이 국경을 넘는 아이들이라는 책은 북한에 살고 있는 12살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인데요. 이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북한에서의 생활과 그리고 이제 탈북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들, 그 다음에 국경을 넘는, 북한에서 압록강을 넘어서 중국과 제3국을 거쳐서 한국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은행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책자를 넘기는데 눈에 탁 들어오는 문장이 하나 있었어요. ‘꿈을 꿀 수 없는 곳’이라는 그런 문장이었는데 바로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러니까 어떤 자유와 풍요로움 보다는 억압과 배고픔, 굶주림이 있는 그곳에서 견디다 못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서 탈북을 하는 그 북한 어린이들의 현실이 참 가슴 아팠는데 아무래도 동화작가니까 동화 속에 그 아이들의 삶을 녹여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동화책은 주인공인 탈북 어린이 강일이의 자랑이자 우상인 외삼촌의 탈북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유학까지 다녀온 외삼촌은 월남자 집안의 외숙모와 결혼 후 국가적인 차별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는데요.
외삼촌의 탈북으로 강일이 가족도 감시 대상이 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강일이네는 떠돌이 꽃제비 순종이와 함께 한국행을 택합니다.
하지만, 강일이는 압록강을 건너던 중 국경 경비대원의 총에 맞은 엄마와 헤어지게 되고, 결국 순종이와 함께 경비대에 붙잡혀 수용소로 끌려가 강제노동과 폭력에 시달리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돌봐줄 가족이 없어 꽃제비가 되는 아이들, 직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참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현숙 작가) 우리는 인권하면 인간으로서 가장 기초적으로 누려야 될 권리잖아요. 거기에는 배고프지 않는 것, 그 다음에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도, 북한에서의 생활에서는 어떤 사람으로서 누려야 되는 기본적인 권리를 전혀 누릴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누리는 이 당연한 것들이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강일이와 순종이는 결국 수용소를 탈출, 중국에서 외삼촌이 보낸 브로커를 만나게 돼 이들의 위험천만한 탈북 여정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국경으로 이동하던 열차 안에서 중국 공안을 맞닥뜨리게 되고 순종이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강일이를 숨겨주고 홀로 붙잡히는데요.
“순종아, 미안하다. 그리고……미안하다."
중국에 홀로 남겨진 순종이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담긴 강일이의 독백은 독자들에게 강한 여운을 줍니다.

(박현숙 작가) “미안하다, 순종아. 그리고..... 또 미안하다.”
나는 순종이가 옆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가 왜 미안하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와 순종이의 얼굴이 겹쳐 아른거렸다.

(박현숙 작가) 저는 사실 이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숙제를 남겼어요. 뭐냐면 이 순종이라는 아이가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주인공과 함께 남한행을 하다가 중간에 공안에게 체포되어서 북송위기에 놓이게 되거든요. 그 북송 위기에 놓인 순종이를 보면서 우리 독자들은 처음부터 같이 여정을 했었잖아요.
우리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놀라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북송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되겠다, 순종이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나름대로의 어떤 의견을 제시하게 될 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에서 우리의 숙제를 이 부분에서 놓았다고 볼 수 있죠.


박현숙 작가는 이처럼 한반도 북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좀더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며 탈북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특히 동화를 쓰는 동안 북한인권 현실의 처참함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북송 문제나 인권 문제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어른들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시각이 정확한 해결책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 인권에 관련된 작품을 쓸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박현숙 작가)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라고 해결책을 나름대로 제시를 하잖아요. 사실은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 해요.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고 여기저기 재다보면 그게 옳은 길인데도 못갈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정말 해답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 국경을 넘는 아이들을 쓰기 위해서 탈북자 분들을 만나고 취재를 하면서 한가지의 소재가 또 생각난게 있거든요. 역시 탈북민의 인권에 관한 문제에요. 이번에는 동화보다는 청소년 소설 쪽으로 좀더 깊이있는 문제를 다뤄서 우리 독자들에게 하나의 풀어야하는 숙제를 주려고 생각을 합니다.


박현숙 작가의 바람처럼 더 많은 어린 독자들이 그녀의 동화를 읽고 거짓말같이 끔찍하지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주인공, 강일이를 통해 북한 사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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