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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임진각 망배단에 마련된 새터민 합동 차례 현장

2013-09-19

임진각 망배단에 마련된 새터민 합동 차례 현장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청 앞, 대기 중인 버스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임2 - 버스안 일정 소개) 자, 옆에 손 좀 흔들어 보세요. 여러분 잠깐 주목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 우리 오늘 망배단으로 출발을 합니다. 출발하는 인원은 100여명 정도, 버스 두 대, 그렇게 가겠습니다. 오늘 일정을 말씀드리면 지금 출발해서 세시 반 ..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젊은이까지 모두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리는 추석 합동 차례에 참석하는 새터민들인데요.
무엇보다 고향땅 가까운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설레임이 앞섭니다.

(남) 아우, 잠이 안 옵디다. 이북에 두고 온 아버지, 어머니 묘지 가보지 못하는 그 심정 그리고 친척들이 그립고 합동 차례를 지내면서 그 애환이 담긴 소원을 다 풀고 눈물을 흘리면서 차례를 잘 지내고 올 생각을 하니까 잠이 안 오더라고요.

북녘을 떠나온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고향과 가족을 그리는 마음은 모두 같은데요.

(여) 항상 추석이나 설이 되면 고향이 그립거든요? 그래도 임진각이니까 북한이 가까운 곳으로 간다고 하니까 너무나도 마음이 좋아요. 어쨌든 술 한 잔이라도 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그걸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남북통일 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양천구협의회에서는 명절이면 더욱 쓸쓸해지는 새터민들을 위해 2005년부터 해마다 중추절 합동차례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는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새터민 75명과 행사를 진행할 민주평통 양천구 협의회 위원 20명이 함께 했는데요.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임진각 망배단.
망배단은 북한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을 위해 1985년에 건립된 상설 제단입니다. 지금은 새터민들도 이곳에서 합동차례를 모시는데요.
손만 내밀면 당장이라도 잡힐 듯한 북녘땅 임진각에 도착한 새터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북녘땅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찾습니다.

(남) 아이고, 우리 고향이 어딘가 보자 저 산 너머 저기 저쪽인데 저기서도 얼마나 더 멀리 가야되는지
(여) 어머나 세상에 가려면 정말 너무나도 너무나도 멀죠. 우리 고향은 저쪽이야요


여기서 고향이 보일 리 없지만 새터민들은 그저 북녘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리움을 달래는데요.
얼마 전 북녘에 계신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들은 한 새터민은 이렇게라도 제사를 모실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여)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오늘 사진도 챙겨가서 제를 지내려고 이렇게 가는데 이렇게 저희가 가족 간에 하지 못할 일을 양천구에서 대변해서 해주니까 매해마다 차례를 차려주는 것에 대한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고향이 함경북도 무산인 한 새터민도 고향땅을 바라보며 서글픈 마음을 달래는데요.
자신도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자신만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북에 남은 가족들에게 항상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남) 북한에 처하고 자식들, 그리고 형제가 있어요.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요. 내가 이렇게 정말 고향을 떠나고 자식들하고 헤어지니까 너무 가슴 아픈 심정이에요.
우리 집사람도 엄청 고생할거에요. 내가 떠날 때도 고생했는데 지금은 내가 없으니까 더 고생할거고 더 미안스럽고 죄스러워요. 보고 싶고 미안스러워요.


잠시 후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정성껏 준비한 차례상을 북쪽을 향해 차려놓은 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임병하 회장이 제주를 맡아 합동차례를 시작합니다.

(남) 2013년9월12일 고향에 계신 재북선조 신의전에 고합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조상님과 함께 하오며 하늘과 같이 크고 넓으신 은혜를 잊지 못하여 삼가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드리오니 음향하여 주시옵소서. 모두 다 일어나서 두 번 절을 하시길 바랍니다.

부모님과 조상께 술잔을 올린 뒤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새터민들 명절에 성묘를 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여) 아버지, 어머니 올해는 부모님 생각이 왜 그리 나는지.. 정말로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평소에 잡수시던 중국술을 가지고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 한잔씩 드릴께요


합동 차례가 끝난 후에는 음복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고향을 묻습니다.
명절 때가 돼도 갈 곳이 없는 이들은 오늘만큼은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며 고향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눕니다.

(남) 우리 고향에서는 이렇게 추석 명절이 되면 차례상을 차려놓고 여기있는 반찬도 다 좋지만우리는 산골이 돼서 산나물을 아예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지냈는데

(여) (북한에선) 못살아도 추석만큼은 산소에 꼭 가요. 떼를 지어가요. 잘사는 집 계란 3알, 명태 한 마리, 떡 한 접시. 밥 한 공기 술한잔 그게 전부에요.


북녘을 떠나 살아온 세월과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망향의 아픔과 동병상련의 정을 함께 나누니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여) (여기서 합동차례를) 지내보니까 마음이라도 많이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요. 오늘 밤 편안하게 잘 것 같아요.

(여) 그저 빨리 통일이 돼서 딸도 보고 어머니 산소도 찾아보고 한민족이 빨리 통일돼서 춤추며 노래 부르며 남북한 경계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목숨을 걸고 북한 땅을 떠나왔던 새터민들 비록 몸은 떠나왔지만 그리운 가족과 친지가 남아있는 고향 땅은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올 추석에도 그들이 임진각 망배단을 찾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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