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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남북 청년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통일 하모니’ 합창단의 연습현장

2013-10-31

서울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화음이 강의실에 울려 퍼집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북한 멜로디, ‘휘파람’을 부르는 이들은 합창단 ‘통일 하모니’의 멤버인 남북 청년들입니다.
지난해 8월,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대회가 열렸는데요. 그 중 ‘평화와 통일의 정신을 담은 합창단’을 기획한 팀이 통일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해 ‘통일 하모니’ 라는 합창단을 탄생시키게 된 겁니다.
창단 멤버인 조항준 단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조항준 단장) 기존의 남한 입장에서 북에서 오신 분들을 도와주고 그분들은 도움을 받고 하는, 그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지원의 모습을 보고 진정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떤 장을 한번 만들어 보자 그런 힘이 노래에, 음악에 있다라는 생각을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통일 하모니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음악을 좋아하고 통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단원은 새터민 청년들을 포함해 총 25명으로 올해 창단 2년째를 맞는 신생 합창단이지만 여러 단체에서 이들을 행사에 초청할 만큼 실력도 인정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창단 초기에는 서로 문화가 다른 남북 청년이 모인만큼,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조항준 단장) 나의 나이 또래와 비슷한 탈북민과 친구가 되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통일 하모니를 시작했지만 그 사람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가 바라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략) 말투부터 해서 생각하는 방법도 대개 다르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랄까요? 그런 게 굉장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을 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불편함이죠. 나랑 다르기 때문에 드는 불편함. 그것이 어떻게 보면 통일 하모니가 갖고 있는 어려운 점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사실 통일 하모니는 없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남과 북의 이질감을 음악으로 풀어나가는 통일 하모니는 다음 달 행사와 연말에 있을 발표회를 앞두고매주 금요일마다, 맹연습을 펼치고 있는데요.
남한의 합창곡은 물론 북한의 노래까지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파트별 연습곡은 북한 민요 메들리 가운데 ‘김치 깍두기 노래’ 낯선 북한 노래지만 재미있는 노랫말에 단원들의 호응도 최곤데요.

새터민 청년, 조경일씨는 어렸을 적에 많이 불러본 노래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합창은 아직 어렵기만 합니다.

(새터민 학생 조경일 ) 북한에서는 학교를 거의 못 다녔으니까 중국에 있을 때 조금 음악 수업 시간 때 배운 것 빼고는 음악에 대해서 배운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합창에서는 어떤 제 목소리가 튀면 안 되는거에요. 늘 지휘자가 말했던 게 내 목소리를 낮춰라 그러니까 내 목소리가 안 들리게 해라 그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내 목소리가 들리면 그게 합창에서 음이 바꿔지니까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을 따라가면서 그 음을 맞추면서 한다는 게 굉장히 저는 서툴렀고 또 어려웠어요.


그럴 때마다 조경일씨를 도와준 건 남한 친구들이었는데요 악보를 못 읽거나 창법이 다른 새터민 단원들에게 남한 단원들은 직접 노래를 불러 음을 알려주고 함께 남아 연습을 하면서, 화음을 맞춰갔습니다. 통일 하모니를 지도한, 지휘자 조은영씨의 얘깁니다.


(지휘자 조은영씨) 악보를 못보는 사람도 처음에 있었어요. 옆에서 다 도와주죠. 가까이 앉아서 불러주거나 따로 시간을 내서 도와주거나 (중략) 멤버 중에 하나는 컴퓨터 음악이 많잖아요. 악보를 보고 그걸 따 찍어서 파일을 올려줬어요. 베이스 파트 연습, 소프라노 파트 연습 들어보고 연습해오세요 자기
들끼리 하더라고요.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연습하기를 벌써 일 년 여 조금씩 늘어가는 그들의 실력에 지휘자 조은영씨는 보람을 넘어 감동을 느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지휘자 조은영씨) 처음에 연습할 때랑 비교를 하잖아요. 정말 하늘과 땅차이라고 진짜 정말 감동이었어요. (중략)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연주회를 2주를 앞두고 저희가 매일 모여서 밤마다 목이 터져라 연습을 했거든요. (중략) 그러다 어떤 날은 테너 파트에 북한 친구 한명만 나온 거예요. 나머지 친구들은 아무도 못 나오고 그 친구가 평소에 초기에도 소리를 다 못 냈어요. (중략)
그 친구가 혼자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막 소리를 내는 거예요. 사실 음이 많이 틀렸지만 그 친구의 소리가 들리니까 울컥 하더라고요. 얘가 자기 소리를, 이 안에서 내고 있구나 그 음이 틀리든 맞든 자신있게 소리를 내고 있다는 자체가 무척 감동이었어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진짜로.


새터민 조경일씨는 합창 연습도 연습이지만 남한 친구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이 자리가 너무나 소중해 연습에 빠질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새터민 학생 조경일) 제가 이렇게 통일 하모니를 하게 된 이유도 (중략) 우리가 수단은 합창이지만 결국은 (중략)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중략) 사소하게 같이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그냥 수다 떨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쉬울 것 같지만 어찌보면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것 때문에 만나는 것은 정말 친구들이나 하는 거지 (중략) 탁구도 치고 볼링도 치러 가고 그냥 밥도 먹고 이런 것들이 일상화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한 청년들 역시 새터민 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데요.

(한국 청년 1)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이제 나의 친구들이 됐고, 이제 그들이 나의 삶의 일부가 되면서 (탈북주민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단순히 다른 건 고향이 다른 것밖에 없지 노는 것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 좋아하고 그런 같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저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청년 2) 새터민을 만나본 경험도 없었고, 전혀 그것에 대한 지식도 없었는데 지내다보니까 (중략) 통일이(거창한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과 섞여서 이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그 시스템을 말하는거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했어요.


다름 안에서 함께’ 를 추구하는 ’통일 하모니‘의 모토처럼 남북청년들은 노래 속에서 시나브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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