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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와글와글 합창단’

2014-02-13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새터민 대안학교 두리하나 국제학교.지금 이곳에서는 합창제 참가를 앞두고 단원들의 합창 연습이 한창인데요.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새로 연습하는 노래도 낯설지만 나름 진지한 표정에 몸짓 하나하나에도 서툴지만 진심이 묻어납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탈북 청소년들로 구성된 ‘와글와글 합창단’. 북한에서 억압받던 아이들이 합창을 통해, 새로운 꿈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 8월 창단됐습니다. 두리하나 국제학교 교장인, 천기원 목사의 설명입니다.

천기원 목사
합창단은 작년 2013년 8월에 시작이 됐고요. 우리 아이들이 대부분 상처받고 한국 문화도 다르고 일반학교에 다니기 힘든 그런 아이들인데. 처음엔 꿈도 없었고 또 아무런 계획도 없고 해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좀 꿈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음악을 통해서 한번 이런 걸 해봐야겠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예능이 굉장히 뛰어나더라고요. 음악도 잘하고 춤도 잘하고 그래서 그걸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두리하나 국제학교는 탈북청소년들을 위해 함께 그룹 홈 생활을 하며 학습지도를 하는 대안학교인데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힘든 고비를 넘어 한국에 정착한 아이들. 25명으로 이뤄진, 대부분의 합창단 아이들은 탈북 과정에서 부모들이 목숨을 잃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는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천기원 목사
(엄마들이 중국에서 팔려가서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도 있고 하나하나 사연이 다 다른데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 17kg인가, 12살 먹은 아인데 아빠가 사고나서 돌아가시고 이모집에 가도 먹을 게 없으니까 엄마랑 언니가 중국에 양식을 구하러 갔어요 이모는 자기네들도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고아원에 보내버렸죠. 그런 과정에 엄마는 중국에서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없어지고혼자 아무것도 모르고 어른들 가는 길을 따라서 그렇게 먼길 돌아서 한국에 와서 다행이 언니가 있어서 만났는데 유난히 이 아이의 꿈이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고요 “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가수가 돼서 유명한 사람이 되면 TV에 나가게 되겠지? 그러면 살아있는 엄마가 어디선가 TV를 보고 나를 찾아오겠지. "너무 가슴이 찡하게 아파서 정말 그 아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나는 그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를 얻은 대신 가족을 잃은 탈북 청소년들. 그런 아이들에게 노래는 지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탈북 청소년
같이 합창하고 같이 다 서로 알게 돼서 좀 좋고요. 저는 꿈을 위해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고요. 그리고 그냥 좋아요. 노래하고 신이 나니까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맨 처음부터 아이들이 노래를 좋아하고 합창단 활동을 반겼던 것은 아닌데요.

탈북 청소년 1
처음에 한국말 못하니까 맨날 머리 아프고 그런데 지금 한국말을 좀 하니까요 우리도 같이 공부할 수 있고 같이 노래 부를 수 있고 좋아요


합창단을 지도했던 김다해 교사는 우리말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게다가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합창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다해 선생님
이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끝까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 아이들 자체가 우리 아이들이 특별하게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도 없고요. 그리고 중국에서 교육을 받고 북한에서 교육도 잘 못받고 하다보니까 음악 교육이 전혀 안 돼 있어서 음정 자체를 잡지를 못했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만큼 온 게 얼마나 대견하고 예쁘고 자랑스러운지 모르겠고요.


무엇보다 공동체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연습시간마다 집중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와글와글’이란 합창단 이름도 연습 시간마다 떠들며 집중하지 않는,아이들의 모습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중,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천기원 목사
연습하는 과정에 본인들의 노래를 한번 들려줬어요. 자기네들이 깜짝 놀래요. 이건 노래가 아니고 완전히 괴음도 아니라고 자기네들이 경악하고.. 정말 잘하는 합창을 한번 들려줬더니 비교를 하고 스스로 충격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너희들이 했던 노래가 어떤 것은 소음이고 어떤 것은 음악이지 않냐 너희들도 할 수 있다, 그것을 하나씩 깨달아 가면서 화음이 나오는 것을 보고 또 스스로 놀라더라고요.


전혀 화음이 맞지 않는 자신들의 합창을 들은 후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는데요.

천기원 목사
“봐라, 너희들이 목소리 크게 지른다고, 자기 목소리 자랑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우리 남과 북이 통일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주장, 북한의 주장 그대로 주장하면 절대 통일이 될 수 없다, 일단은 자기를 다 내려놓고 그랬을 때 서로가 일단 하나 되고 화음이 되니까 우리가 통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하모니를 통해서 개개인의 개성, 자기 아집을 버리는 거다,


‘와글와글 합창단’ 아이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조화를 맞춰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탈북 청소년 1 (여)
처음에 우리가 노래하는 걸 들어보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처음 합창 연습할 때는 완전 음치였어요. 다 한마음이 안됐어요. 그런데 몇 번 연습하니까 우리 한마음이 됐어요.


탈북 청소년 2 (여)
맨처음에는 각자 자기 목소리로만 노래를 했는데요. 요즘은 화음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나가 돼서 공통으로 목소리를 내서 노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고 뿌듯해요.


특히 매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는 믿음도 함께 쌓여가고 있었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창단된 이래로 전국의 교회를 순회하며 작은 공연을 펼쳤고 지난 1월에는 KBS 대국민 합창대회 ‘더 하모니’ 예선에 합격, 오는 22일 결선 무대에까지 진출했습니다.

김다해 선생님
처음에 (KBS 합창대회에) 나갔을 때 우리 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한국 친구들이 의상도 그렇고 아이들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았어요. 그때 아이들이 조금 좌절을 했었는데.. 우리가 어쩔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때 파이팅을 했었는데 그때 결과가 정말 잘 나왔어요. 우리 성취감이 정말 좋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제 무대에 나가고 심사위원들이 전원 합격에 손을 드는 순간, 아이들이 막 눈물을 흘리고 그때 그 감격스러운 상황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난생 처음 큰 무대에 서본 아이들. 이번 무대로 자신감을 얻은 ‘와글와글 합창단’ 아이들은 이제 더 큰 꿈을 꾸며 오늘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KBS (합창대회) 결선 진출 할 수 있다고 할 때 기분이 좋았고요. 이번에 본선엔 나갈 준비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희가 열심히 해서 금상받고 싶어요. 꼭


김다해 선생님
처음에는 큰 욕심없이 시작을 했어요. 우리가 합격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했는데 우리가 부르는 노래로, 새터민 합창단을 알림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알게 되고 북한을 생각하게 되고 북한에 있는 부모 형제가 내 부모 형제다, 내 민족이다 인식이 되면서 와글와글 합창단이 KBS를 넘어서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울려 퍼지고 그런 게 저희들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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