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물은 체크를 잘 해야 되거든요. 디자인을 일단 했다면 그 디자인을 다시 한 번 인쇄 들어가기 전에 꼼꼼히 체크를 해야 되고, 인쇄물을 일단 시장에서 찍을 때부터 가서 감리를 봐야 돼요. 체크를 다 한 다음에 마지막 책이 다 완성되어서 나왔잖아요. 그렇지만 또 혹시 페이지가 안 맞을 때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것까지 다 체크를 해야 돼요. 그런데 불량이 됐으면 그 즉시 다시 만들어서 보내 드려야 돼요. 현수막 하나 만들어도, 현수막도 불량이다 글자가 무슨 날짜가 좀 틀렸다 그러면 바로 다시 찍어요. 손해가 나도 고객하고 신뢰는 그렇게 쌓아야 그래야 앞으로 저희를 믿고서 일감도 줄 거 아니에요.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고요. 그러니까 계속 꾸준히 주고 있고, 저희하고 거래한 업체가 하다가 그만둔 업체가 없거든요. 그냥 꾸준히 지금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양강도 혜산이 고향인 이인호씨가 남한에 온 것은 지난 2010년입니다. 이인호씨는 남한에서 처음으로 집을 배정받던 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위해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갔는데 방법을 몰라서 어쩔 줄 몰랐다고 합니다.
은행에 갔는데 은행에 가서 카드 체크기, 카드 집어넣어서 돈 빼잖아요. 그것도 할 줄 몰라가지고 처음에 다른 사람 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어요. 그런데 아무리 지켜봐도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그 분보다 좀 이야기를 저한테 해줄 수 있는 분을 그냥 한 몇 분 이렇게 살펴보다가 한 분을 딱 정해가지고 제가 사실 북에서 금방 오다 보니까 이거 할 줄 몰라서 그러는데 좀 방법을 가르쳐 달라 그러니까 그 분이 차근차근 가르쳐 줘서 그래서 그거 하는 거 돈 빼는 것도 알았다니까.
현금인출기 사용은 시작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워야 했고, 적응해야 했습니다. 거기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한 동안 고생도 심했는데요, 이인호씨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막상 와보니까 너무 달랐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우리는 뭐 북한 단순하게 살던 사람들이 여기 와서 휴대폰을 배워야지, 통장을 만들어야지, 북에서는 휴대폰 뺄 일도 없고, 통장 만들 일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선 제일 눈앞에 해야 될 일이 휴대폰을 가장 먼저 뽑아야지.. 통장을 만들어야지 그 다음에 또 이래 먹고 살자 해도 여기는 일하 거리가 다 멀잖아요. 그러니까 일하는 거리가 먼 데를 계속 버스 타고 갈 수도 없고 시간도 보장 못하고 하니까 우선운전면허증도 따야지, 그 다음에 세상이 컴퓨터가, 컴퓨터를 몰라가지고 얼마나 세상이 살기가 힘들어요. 컴퓨터도 가서 배워야 되지,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리고 가정에서 쓸 칼 을 사거나 방석 산다거나 무슨 주전자를 산다거나, 무슨 젓가락을 산다든가 그걸 다 어디서 파냐고, 그걸 어디서 파는지도 몰랐다니까 처음에.
살림살이도 제법 장만 하고, 어느 정도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자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서울 톨게이트에서도 일을 하고, 가스배달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용직도 거쳤는데, 보수가 많은 일은 주로 일용직으로 장래가 불투명하고 안정적이고 편한 일은 보수가 적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일하던 인쇄출판사 사장에게 창업을 권유받았습니다.
그 분도 실향민이에요. 실향민 2세 분. 그래서 아무래도 남다르게 좀 애정 같은 게 있었나 봐요. 북한 사람들이 여기 와서 고생하는데... 그래서 관심을 남다르게 관심을 좀 보이시더라고요. 우리 사장님이 제가 거의 1년을 일하니까 넌 차라리 나가서 창업을 하는 게 낫겠다, 넌 남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인쇄 관련된 부분은 내가 3년은 기술적인 문제를 봐줄 테니까 아무 때든 물어봐라, 그래서 제가 그걸 믿고서 창업을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하면서 정말 모를 문제들에 엄청 부딪혔거든요. 그런데 그 때마다 제가 전화를 해서, 전화를 바로 치고 사장님, 오늘 책자 이런 게 몇 부가 들어왔고, 페이지는 어떻게 되고 사이즈는 어떻게 되고 이런 걸 코팅도 어떻게 되어 있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거 얼마 얼마.. 견적까지 다 해주시고 그리고 사람이 아무 때건 물어봐도, 아무 때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저한테 있으니까 무섭지가 않은 거야, 뒤가.
이인호씨는 영어교사였습니다. 북한에서 교사는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배급도 많고, 여러 가지로 형편도 나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인호씨는 사업이 하고 싶어 과감하게 교사직을 포기하고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했었습니다. 이인호씨는 자신의 그런 경험을 이곳에서 십분 발휘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죠. 처음에 사실 제가 인쇄한다는 걸 남한 사람 누가 알고 있어요. 그냥 제가 아는 분들, 지인들을 통해서 처음엔 조금씩, 조금씩 했는데 제가 사실 북한대학원 대학교 다녔거든요. 석사과정. 그 석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우리 그 석사과정 졸업하면서 논문을 쓰신 분들이 처음에 저한테 논문을 맡겼어요. 그게 시작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그 논문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리고 차츰차츰 관공서, 사단법인 단체들 뭐 이런 데를 제가 찾아다니면서 정중히 인사드리고 탈북민으로서는 제가 첫 인쇄업자거든요. 저희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기술을 잘 배워가지고 통일이 되면 북에 올라가서 책 쾅쾅 만들어가지고 아이들한테 막 나눠주고, 그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저를 믿고 좀 도와주세요. 일감 좀 주세요. 그러면 큰 거 중에서 제일 작은 거 하나 줘 봐요. 그렇게 주면 우리가 만들어서, 잘 만들어서 갖다 드리면 괜찮게 했네? 그 다음부터 일감을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해나갔죠.
창업이후 밤낮없이 뛰어다닌 노력덕분에 정부기관과 NGO단체 등 다양한 업체들과
거래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일을 맡으면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처리하다 보니 한 번 거래했던 업체들은 계속 이대표를 찾았고 창업 1년만에 연간 매출 1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인호대표는 이제 인쇄출판사 규모를 좀 더 키우려고 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섭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회가 되면 본인처럼 사업가가 되려는 사람들을 적극 도울 계획입니다.
제가 아주 성공해서 잘 나가게 되면 우리 사람들을 그냥 저는 키워주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냥 쓸모가 없이 너한테 조금, 너한테 조금, 이렇게 돈을 주면 그냥 돈 준 냄새도 안 나거든요. 차라리 한 명이라도 딱 키워내고 싶어요. 그냥 제가 만약 돈 벌었다고 하면 그 중에서 똑똑한 모델 한 사람을 뽑아가지고 그 사람한테 투자를 할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을 이만큼 이만큼 일으켜 세워서 한 사람 한 사람 성공시키는 그런 방향으로 저는 갈 거라고 생각해요.
이인호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 후 북한에서 인쇄출판소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책이 늘 부족했던 기억 때문에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책을 지원하겠다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우리 북한에 있는 학생들한테 제가 이전에, 일전에 공부를 할 때 북에서 영조 사전이 없어가지고 그 사전 어디 살 데도 없고 구할 데도 없고 ..그래서 대한민국이 이 좋은 종이를 가지고 그 사전을 막 찍어서 저 북한에 막 들여보내주고 싶더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통일이 되면 올라가서 평양에 가서 인쇄업을 그냥 잘 할 거거든요. 평양에 가서 평양 출판사를 하나 해가지고 그 밑에 인쇄소 공장을 다 두고... 관공서에서 나오는 모든 인쇄물들, 아이들한테 돌아가는 인쇄물들, 무상으로 찍는 인쇄물들 많이 찍어가지고 사회를 위해서 환원도 많이 하고 아마 그렇게 살겁니다 저는
북한학생들도 이인호대표가 출판한 책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목요진단 한반도>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성우 이현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