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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꿈을 찾아주는 직업상담사, 이하늘

2018-02-15

꿈을 찾아주는 직업상담사, 이하늘
북한이탈주민인 이하늘씨는 직업상담사입니다. 지금은 동료와 구직자들에게도 인정받는 전문가지만, 북한에 있을 땐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없죠. 그게 좀 남한하고 한국에서 그 다른 거고, 그래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거예요. 북한은 배치거든요. 그러니까 본인이 뭐 하고 싶은 일보다는 국가에서 배치를 하는데 따라야 해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이탈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뭔가 내가 직업을 선택해서 가야 하는 걸 많이 힘들어해요. 누가 지정해주길 바라요. 선생님이 해 달라, 이런 식으로.

그런 이하늘씨가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택한 건 남한 정착 초기, 본인의 경험 때문입니다. 직업을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그 막막함과 두려움. 하나원에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그 상황에서 이하늘씨는 도움이 되는 사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교육을 받을 때 계속 나가면 어떤 일을 할 건지 이런 구직신청서 이런 걸 계속 제출해요. 그런데 뭐라고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나가면 내가 얼마나 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과연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있는지, 제가 희망한다고 다 되겠어요? 어린 친구들은 변호사도 되겠다고 하고 작가도 되겠다고 하고 꿈들이 있는데 제가 그 때 41살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좀 나이도 있지 그러니까 뭘 하겠다는 말을 감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못 쓰겠다고 이렇게 계속 장문의 글을 써서 내고, 내고 했어요. 그러면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서 꿈 찾기 이런 거를 해
도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하나원을 나오면서 생각을 했어요. 내가 나처럼 힘든 사람들의 직업을 찾아주는 일을 하면 어떨까? 내가 너무 답답하고 갑갑했으니까 그러면 나 같은 사람들이 여기 다 똑같은 사정이니까,


이하늘씨는 하나원에서 나올 때의 결심대로 고용센터 상담사에 도전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직업상담사가 남한 주부들에게 인기있는 직업이란 걸 몰랐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서류면접에 어렵지 않게 통과 됐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있고, 면접관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한 것 같은데 번번히 탈락이었습니다. 이하늘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달에 7번 이상 면접을 보러 다닌 끝에 마침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턴으로 취업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정말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북한식 사투리와 낯설고 복잡한 취업관련 정보가 이하늘씨의 새로운 과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양고용센터 기업지원과입니다.’ 이 말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눈물 뚝뚝 떨구고,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게 맞는지 그러니까 너무 민폐가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다른 분들 일도 많은데. 내가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지, 그만둬야 하나, 이런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집에 가면 막 볼펜 물고 연습하고 아나운서 말 따라하고 거울보고 입놀림 막 해보고... (웃음) 전화할 때는 내가 어떤 말 쓰는지 잘 모르니까 (녹음했다가)집에 가서 하루종일 일했던 그 내용을 들으면 아 이건 사투리구나 이런 걸 다 메모를 하죠. 아 이럴 때는 이런 말을..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서 하루를 모니터링 해보는 시간을 가지죠. 제가 맡은 업무를 하기 위해서. 근로자카드, 고용센터에서 하는 실업급여에 관련된 거. 이런 기본적인 업무 내용을 암기했죠. 그러면서 한 달 지나서부터는 전화를 받으면 내가 그게 어떤 법률이라는 걸 아니까 그 답변을 하니까 사투리가 조금 감춰지고

그렇게 조금씩 낯선 환경과 일에 익숙해지면서 이하늘씨는 보다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게 됐습니다. 취업성공률도 높아졌고, 이제는 직업상담사가 천직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 사람이 원하는 게 돈인지, 아니면 뭔가 삶의 질인지 이게 중요한 거예요. 저는 돈은 조금 적게 받아도 금,토,일은 여가를 즐기면서 하겠다는 사람, 그 다음에 남자 분들 같은 경우에는 생산직이 많아요. 그런데 내가 생산 현장을 모르면 구체적인 상담을 할 수가 없는데 제가 하도 많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까 그 현장 스타일을 아니까 대화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그런 데는 장시간 서계셔야 하고, 그 대신 무거운 거 나르거나 이런 일은 없고요. 막 이렇게 설명을 하면 그런 식으로 그 분의 스타일을 찾아서 기본 요구 조건은 있으니까, 급여라든가 근무조건이라든가 시간 이런 건 있으니까 그 외 요인들, 밖에서 먼지 나는 데서 일해도 돈 많으면 된다, 이런 사람, 그런 근무 환경까지 다 고려해서 취업을 시켜드리니까 조금 성공률이 높은 거 같아요.

현재 이하늘씨는 남북하나재단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직업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처음 남한에 와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막막했던 그 상황을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도와주고 있는데요, 그런 이하늘씨에게 기억에 남는 상담자들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지 2년 조금 더 된 친구인데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 어떤 교육을 통해서 어떤 자격증을 따야 된다, 이렇게 했는데 그걸 너무 잘 따라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가 컴퓨터 자격증을 땄을 때 제가 그 친구가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찾아가서 또 거기 마침 경리 회계를 뽑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이 분이 이렇게 북한에서 오셨는데, 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거부감 들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저도 북한에서 왔어요. 북한에서 왔다고 해서 뭔가 다른 건 없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더
니 그럼 채용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채용돼 일을 하셨어요. 또 다른 분은 탈북해서 남한에 와서 결혼하고 애가 어느 정도 크니까 일을 좀 하고 싶다, 그런데, 경력 단절에북한이탈주민에 막 이러니까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인데 그 분에게 또 맞는 일자리를 찾아서지금 우정실무원이에요. 그 분도 너무 행복해하시고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막 행복해하고감사해하고 이러니까 저는 그런 데서는 정말 뿌듯하고 정말 행복함을 많이 느끼면서 일을해요.


이하늘씨가 남북하나재단에서 일한지는 일년 남짓. 그 동안 이하늘씨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북한이탈주민은 70여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동료들의 신뢰도 두텁습니다.

까다로운 그런 내담자들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그 사람들의 뭐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 같은 걸 연계해서 잘 이끌어주세요. 그래서 저 뿐 아니라 뭐 팀장님이나 부장님들도 많이 신뢰하시고 약간 까다로운 케이스가 있으면 선생님한테 의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그리고 또 뭔가 배우려는 그런 것들도 굉장히 강해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으면서 거기에 맞게 필요한 교육들도 받으시고요. 알기로는 올해는 대학원도 진학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좀 진짜 훌륭한 분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직업상담사로 당당히 자리 잡기까지. 이하늘씨가 가슴에 새기고 있던 말이 있습니다. ‘내가 남긴 자욱이 뒷사람에게 길이 된다’~~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또 사투리나 복잡한 취업관련 정보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이하늘씨를 지탱해 준 것은 바로 이 글귀였습니다.

집을 받아서 첫 날 가는데 파주 입구에 전광판이 있거든요. 거기에 쫙 글이 나오더라고요. 앞사람이 남긴 자욱이 뒷사람에게 길이 된다... 그게 너무 와 닿는 거예요. 내가 한 걸음,한 걸음을 올바른 걸음을, 자욱을 남기면 뒷사람은 좀 더 쉽게 그러다 보면 큰 길이 되겠구나, 그렇게 올바른 자욱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는 이런 책임감 같은 게 조금 생기더라고요. 북한이탈주민 분들이 그냥 생계를 위해서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찾아가는 일자리가 아니고 어떤 일이든지 돈과 꿈을 실현하는 그런 일이 되기를 바라는, 그래서 그런 일
을 저도 찾아주고, 또 저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직업상담사 이하늘씨를 통해서 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킬 안정된 일자리를 찾길 바라며 오늘 <목요진단 한반도>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나운서 배창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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