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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국 생명과학의 자존심 - 황우석 박사

2004-11-30

‘한국 최초’ 란 타이틀을 수없이 따냈지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언제나 겸손함과 현명함으로 과학계의 젠틀맨이란 애칭이 어울린다. 2000년 국화과학기술상과 2001년 세종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1999년 2월엔 국내 최초의 체세포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연구하며 2003년에 드디어 광우병 내성 소를 개발하여 세간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황.우.석.이란 이름 석자를 세계에 각인시킨 건, 올해 ‘인간배양성공 발표’를 하면서다. 과학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복제의 신화를 현실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놀랐고, 전세계가 경악했다.

의외로 그는 국내파 과학자 중 하나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짧은 시간 일본 훗가이도대 객원연구원으로가 있었던 경력이 해외연수의 전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세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한국이란 나라의 생명공학 수준을 세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오히려 세계에서 손짓한다. 제발 자기네 나라에 와서 연구를 해달라고....하지만, 엄청난 액수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고 있는 황박사의 속내를 듣고 보면,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진다.
자칫 연구성과와 이권이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는 생명과학의 자주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돈과 명예를 사사로운 일에 결부시키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신앙은, 대한민국이 세계 바이오의 정상에 오르리라는 것이다. 이번 ‘줄기세포 배양성공’ 이란 거대한 인류공헌 프로젝트에도, 자신의 명예가 아닌, 대한민국의 명예라며 슬그머니 뒤로 숨는다. 그렇게 겸손한 그도, 앞으로 나설 때가 있다. 다가올 생명공학 시대의 모습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동과학서적을 보급하는 일이다. 자신과 같은 과학자들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은, 청출어람할 수 있는 훌륭한 후학을 양성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말 생산적인 일이다.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학.과학적 접근이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며, 세계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이를 치료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져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 연구팀은, 새벽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 반이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노력 끝에,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고, 인간의 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과학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런 연구의 특성 때문에 외국인들은 연구하기 어렵고 귀찮아한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놀란 세계가 경쟁적으로 줄기세포 배양 연구에 덤벼들고 있지만 말이다.

그는 앞으로, 난자없이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난자’를 개발해, 생명윤리 논란을 해결하려고 한다. 생명윤리와 관련해 시민과 종교계의 타겟이 되고 있는 현실은, 그를 안타깝게 한다. 그러나, 그 또한 개체복제에 대해선 엄격하다.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연구성과가 과장돼 보도되는 것엔 신경이 쓰인다. 결코 치료용 이외엔 관심도 없고, 가져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신실한 불교신자다. 한달에 한번은 반드시 절에 가서 400배를 올린다. 매일 새벽마다 동네 목욕탕에서 단전을 하며 몇백명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곱기 때문일게다.

주위에서 이제 좀 쉽게 살라고 해도, 그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진리에 비춰 하늘을 우러러 옳다고 여겨지고, 전인류를 위해 유익한 일이라고 여겨지면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곧은 그의 성품 때문이다. 이 논란이, 모든 가치판단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 그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치중심을 인간에게 둘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반문한다.
연구성과를 낸 뒤, 난치병 환자와 보호자, 동료 과학자, 외국의 과학자들로부터 3천 500여통의 이메일 편지를 받은 황박사는, 포기하고 싶을 때나 잠을 자다가도,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과 한국 과학계를 생각하며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껏 그를 지켜온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다 함께 도와줘도 너무나 힘든 과정일텐데, 수많은 반대와 역경 속에서도 잘 버텨낸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모두가 입을 모아 노벨상 후보로 지목하지만, 그는 한국 최초의 과학자 후원회의 주인공으로, 스톡홀름에 시청에 마련된 노밸상 연설대에서 후배 과학자가 멋진 수상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서지 않아서일까?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모습은 가만히 있어도 빛난다. 요즘, 황우석 신드롬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그는 언론에 지쳐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실험실에 돌아가 연구에 몰두하는 일이다. 밀려오는 강연요청과 인터뷰에 과학자로서 연구에 소홀했다는 강박관념이 과학의 대중화를 책임져야하는 최소한의 소임조차 부담스럽게 만든 것이다. 그는 과학자다. 국가와 인류를 위해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그는 한국 생명공학의 히어로다. 생명복제분야가 정보통신 이후, 향후 30년에서 50년 정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예상만큼, 황우석 박사의 어깨는 무거워만진다.

그의 화려한 성공 뒤엔 수백, 수천번의 실패가 있었을 것이다. 그럴때마다 그는 눈을 감으며 실험실을 떠올렸고, 꼭 일으켜 세우고 싶은 환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연구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그의 사명감은 돈없어 치료도 못받고 마음의 상처까지 얻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질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황우석 박사의 소박한 바램이다.

그의 겸손하고 배려심 깊은 성품을 보면, 우리 인류의 미래를 믿고 맡겨도 좋으리란 확신이 든다. 시인이 시로 말하듯이, 과학자는 연구결과로 모든 걸 말할 것이다. 그때까지 조용히 맘속으로 응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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