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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대한제국 법통 잇는 “황사손 이원”

2008-06-20

대한제국 법통 잇는 “황사손 이원”
고인이 된 마지막 황세손 이구 씨 양자로 입적되면서 화제를 몰고 온 이상협씨(44). 일반인에게는 족보상 이름인 '이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7월16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가 일본의 한 호텔에서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1910년 한일합병으로 몰락한 대한제국 황실은 마지막 문을 닫는 듯 보였다. 그런데 며칠 후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이 한 홈쇼핑 업체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이씨를 이구씨의 양자로 들이기로 결정하면서 대한제국 황실은 그에 의해 상징적인 대를 이어가게 됐다.


황세손 서거 후 갑작스런 통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하루아침에 대한제국의 상징적 법통을 잇는 ‘황사손(皇嗣孫·황실의 대를 잇는 후손이란 의미)’이 된 이씨는 고종 황제의 둘째 아들 의친왕의 9남 이충길씨의 장자. 고종의 일곱째 아들인 영친왕의 아들 이구씨와는 삼촌 조카 사이다. 본적이 경복궁인 이씨는 황손으로 태어났지만, 그동안 황실 이름 ‘원’ 대신 ‘상협’이라는 본명을 사용하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이원씨는 3년여 전부터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에서 고 이구씨의 양자로 거론됐다.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감각도 있다는 사실 등이 이유였지만, 황세손을 만난 것은 단 두 차례였다고 한다. 이씨는 황세손의 양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기는 했지만, 그건 확실치 않은 가정이었기 때문에 막상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당황스러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7월19일에 황세손 저하가 서거 후, 21일 오후에 열린 가족회의에서 제가 황세손의 양자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과연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면서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앞으로 제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었다. 하지만 우리 집안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거부하거나 피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7월22일부터 이구씨의 장례 절차에서 상주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비로소 그동안 잊고 살던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황사손으로의 길

이씨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출신으로, 서울 상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친왕의 9남 이충길씨)를 따라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프로듀서의 꿈을 안고 뉴욕에 있는 NYIT(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아버지와는 달리 대학 졸업 뒤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방송 프로듀서 등으로 일했다. 현대홈쇼핑에서 일하게 된 것은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과의 인연 때문. 1992년 대선 때, 당시 통일국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이던 이 사장 밑에서 홍보를 맡았는데, 이 사장이 2000년 현대홈쇼핑 사장으로 부임하자 그를 따라 현대홈쇼핑에 입사한 것.결혼 관련 케이블 채널인 뷰티 TV에 설립 멤버로 참여하고, 댄스그룹 HOT가 한창 인기 있을 때는 관련 캐릭터 사업을 벌이는 등 ‘대한제국의 황손’이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늘 트렌드의 최첨단에서 살았다. 그런 그가 ‘황실의 법통’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나게 된 것은 3년 전 한 출판기념회에서 황세손을 만나면서부터다. 만년에 후사가 없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던 황세손은 이 자리에서 이씨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듯, 이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그를 다시 한 번 만날 만큼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출생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 21세 때다. “그전에도 할머니께서 가끔씩 ‘네 몸에는 왕가의 피가 흐른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지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할머니는 언젠가 때가 되면 아버지가 제대로 말씀해주실 거라고 기다리라고만 했죠.”
그 ‘때’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찾아왔다. 이민을 결심한 그의 아버지 이충길씨(황실명 이갑)가 큰아들 이씨를 데리고 창덕궁 낙선재에 가 영친왕의 비인 이방자 여사에게 인사시킨 뒤 처음으로 남다른 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아버지 이씨가 그때까지 자신들이 황손이라는 사실을 숨긴 건 황실 후손들의 삶이 다 비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여덟 살, 일곱 살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에게는 아직 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듯,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됐을 때 자연스럽게 뿌리에 대해 알려주려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변해버린 것이다. 두 아들에겐 아직 알리지 못해, 먼저 자신의 정체성부터 확립하고 3년 안에 얘기할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이 주관하는 종묘대제(宗廟大祭·조선의 역대 왕 등에게 드리는 제사) 등의 초헌관(初獻官·국가가 행하는 제사 등에서 첫 잔을 올리는 사람) 등을 맡게 된다. 그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종친회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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