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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수필·논픽션 부문 수상자, 김재동 작가

#코리안로드 l 2023-10-10

한민족네트워크

사진 제공 :  김재동 작가
■ 소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제정한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소설 부문 이수정, 시 부문 정철용, 수필·논픽션 부문 김재동 작가가 선정됐다.
《너머》 신인문학상은 전 세계적으로 한글로 집필하는 창작자를 독려하고 디아스포라 삶과 정신이 담긴 우수한 한글문학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상으로, 한인동포와 국내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해 소설, 시, 수필‧논픽션 3개 부문에 총 21개국, 111건이 접수됐으며, 1・2차 심사를 거쳐 부문별 수상자 각 1인을 선정했다.

수필‧논픽션 수상작 「는개 비」(김재동 작가. 미국)는 심사에서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며 가장 아프게 떠오르는 사람,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그린 수작”으로 “제목처럼 잔잔하게, 천천히 스며드는 서정을 느끼게 하는 수필”이라고 논해졌다. 
김재동 작가는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단지 당선이라는 의미를 넘어 이제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나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수상작은 디아스포라 문예 계간지 웹진 《너머》(diasporaboo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재동 작가의 수필 「는개 비」 중에서 - 

「는개 비」

  …
  는개가 내리던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솔숲을 빠져나오다 노송의 뿌리를 잘못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넘어질 때 광주리에 남은 물건들을 지키기 위해, 당신의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옆으로 넘어져 오른쪽 손목이 부러졌다. 어머니는 부러진 손목에 널빤지 조각을 대고 무명천으로 동여맨 채, 왼손으로 살림을 했다. 한 손으로 하는 일이 그전만 할 리 만무했다. 어머니의 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나는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어머니의 손이 아른거린다…

  어머니의 손은 요술 방망이 같았다. 배가 고프다고 투정 부릴 때면 순식간에 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투박한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 시금치나물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고 뒷산에서 따온 팽이버섯을 양파와 섞어 되직하게 만든 강된장 맛은, 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갖은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으로 만든 음식 맛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다. 이른 새벽 첫 우물물을 장독대에 떠놓고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던 그 손. 손바닥의 굳은살이 서로 스쳐, 손을 비빌 때마다 수세미로 놋그릇을 문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소리로 인해 내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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