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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터를 찾아서, 성남 모란장

2014-11-21

장터를 찾아서, 성남 모란장
"어! 없는 것 빼고 다 있네!” 성남 모란장을 찾는 사람들이 으레 던지는 앞뒤 안맞는 말이지만, 이처럼 모란장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듯 싶다. 모란장은 전국 최대규모의 5일장으로 알려져 있다. 장터나 상인수 보다는 그 곳에서 파는 다양한 품목때문일 것이라고 모란장 사람들은 말한다. 여느 5일장이 도시근교 시골에서 경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모란장터는 서울에 인접한 성남 도심에 자리 잡고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모란장이 열리는 날이면 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인파에 발디딜 틈이 없다.

사계절이 모두 재미있는 장
모란장은 계절을 앞서간다. 남녘에 꽃 소식이 들릴 무렵, 장터 야채부에 자연산 냉이와 달래 같은 봄나물이 등장한다. 참나물이나 원추리 같은 비닐하우스 나물 등은 겨울 내내 볼 수 있다. 봄이 오면 화훼부 상인들이 바빠진다. 각종 난은 물론 분재, 허브, 요즘 인기있는 새집증후군 예방에 효능있는 화초들도 구입할 수 있다. 여름이 오면 모란장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모란장 주변에는 45곳의 견육점과 개소주집, 닭, 흙염소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때쯤 약초부의 터줏대감 굼벵이 장수 아저씨가 바빠진다. 간 기능 개선에 특효로 알려진 ‘살아 있는 굼벵이’를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간질환 환자 가족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자연산 굼벵이는 시골 초가집, 볏짚 두엄, 표고버섯 재배용 참나무가 썩을 때 증식되는데 모란장 굼벵이 장수 2-3명은 시골을 돌며 ‘독점공급처’에서 수집한 중간상인들로 부터 구입할 것이라고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오곡백화가 시장판에 나온다. 마트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토종 수수나 율무가 나온다. 모두 잡곡 장수들이 트럭을 몰고 강원도 산골을 돌며 수집한 것이다. 겨울 찬바람에 불면 장터가 덩달아 썰렁한 느낌이 늘지만 약초부 상인들은 한약재 판매로 활기를 띤다. 자신에게 맞는 민간요법에 상식수준을 넘어선 5, 60대 고개들이 약재를 콕콕 집어 달려달라는 주민이 온다. 약초부 40여명 상인 상당수는 할아버지 대부터 약초 달이는 비법을 전수받아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모란장의 유래
이쯤해서 '모란'이란 지명을 살펴보자. 성남에 뜬금없는 모란은 어떤 의미일까?이는 예비역 육군대령 김창숙과 관련이 있다. 김창숙의 고향은 평양이었으며, 그는 홀어머니를 두고 남하하여 군에 입대, 1958년 7월 32세의 나이로 육군대령으로 예편한 사람이다. 그의 주소는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탄리로 되어 있었고, 1961년 6월 20일부터 동년 9월 15일까지 광주군수를 역임했다. 1958년에 육군대령으로 예편된 그는, 그 당시 광주군 돌마면 하대원리인 현재의 모란에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시작하였다. 주로 가난한 제대군인들을 모아서 버려진 땅을 일구기 시작하였는데, 김창숙이 개간사업을 시작하자 그의 뜻에 동조하는 제대군이들이 자꾸 늘어 50여명이나 되었다. 그러던 중 5·16 군사혁명으로 군부가 집권하자 광주군수로 특채되어 1961년에 3개월동안 재임했는데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현재의 모란에 있었던 재향군인 개척단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신개척지에 동네가 형성되자 지명이 필요해서 이에 김창숙은 재향군인 개척대원을 모아놓고 숙의를 하였으나 알맞는 명칭이 떠오르지 않자, 그는 이북 평양에 두고 온 어머님을 그리는 마음과 모란봉을 연상하여 '모란'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대원들의 생필품 조달문제 등 생활여건 조성이 문제되자 김창숙은 5일장인 '모란장'을 개설하여 4일과 9일마다 열리는 오늘날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시장으로 발전하였다. 민속시장 '모란장'이 언제부터 개설되었느냐에 대하여는 불분명하지만 1962년 경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을 것으로 본다.

옛날과 달라진 모란장의 위치
모란장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대원천 하류에 있는 길이 350여미터·폭 30미터·면적 약 3,300여평의 규모의 복개지 위에 매 4일과 9일에 개설되고 있는 5일장이다. 모란장의 장터는 생성기인 1960년대에는 현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에 있는 모란예식장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성남시외버스터미널과 상설 모란시장 그리고 성남대로변에서 넓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장터로는 1990년 9월 24일에 이전하였다. 이곳으로 장터를 옮길 당시에는 장날에 출시하던 상인들과 성남지역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약 850명을 추첨하여 자리를 배정하였다. 현재 장터는 매 4일과 9일을 제외하고는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다.모란장에 출시하고 있는 상인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인회에 등록된955명을 포함해서 장자리를 가진 상인의 수만 1,000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자리를 갖지 못한 노점상들과 자신의 생산물을 팔러온 농민들을 포함해서 대략 1,500여명 정도의 상인이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장날의 모란장은 공간상으로 보면 네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허가된 장터와 이 장터를 이웃한 통행로와 상설모란시장 주변 골목 그리고 성남동 제4통 지역의 공터로 나눌 수 있다. 허가된 장터에는 고정된 장자리를 가진 상인회원들이 주로 상행위를 하고, 통행로 주변에는 자리가 없는 노점들이 상행위를 하고 있다.

모란장의 인기 품목
모란장은 입구부터 품목별로 13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화훼부가 눈에 들어오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잡곡-약초-의류-신발-잡화-생선-야채부가 순서대로 자리잡고있다. 애견-가축-음식부는 특성상(?) 안쪽에 꾸려진다. 장터 주변의 건강원들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모란장의 유명세를 대변해주고 있다. 취급상품은 계절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봄철에는 다양한 꽃과 묘목, 종자가 나오고 여름철에는 보양식품과 잔치국수, 냉국수가 별미로 인기를 끈다. 가을철에는 겨울나기용 한약재와 갓 수확한 농산물이 좌판에 등장한다. 겨울철에는 계절 별미인 과메기를 구입할 수 있다. 노동현장에서 사용하는 방한복, 방한화, 방한모 등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모란장에는 3대 명물이 있다. 고추와 개고기, 참기름인데 참기름은 중국산 참깨 수입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돼 가격이 비싸지만 그래도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고추와 개고기는 3일과 8일 도매장이 별도로 열린다. 장날 전날 고추 도매장이 열리면 지방에서 20-30대의 고추 트럭이 들어오고 고추를 구입하러 수 많은 수도권 방앗간 주인들이 찾아온다. 고추장은 새벽부터 서기 시작해 오후 2-3시면 파장된다.

장터에서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
금강산도 식후경. 장터에 먹을거리가 빠질리 없다. 장터 안쪽에 포장을 두르고 자리 잡은 10여 곳의 음식부 상인들은 점심 무렵 손길이 분주해진다. 가장 인기메뉴는 3천원짜리 손칼국수와 왕만두. 기계가 아닌 손으로 면발을 만들어 굵기가 들쭉날쭉 못난이 장터 칼국수이지만 밀가루에 콩가루를 넣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그릇이 넘칠 정도로 듬뿍 들어주는 아주머니 인심은 덤이다. 점심 무렵 주변 직장인들까지 몰리면 줄어서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 장날 전날밤 온 가족이 밤새 빚어내오는 만두는 그대야로 왕만두다. 숙취를 푸는데 제격이라는 모란장 왕만두국은 만두 파동 때에도 없어서 못팔았다고 한다. 만두는 삶아 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데워서 양념을 얹어준다. 장터에 칼국수, 만두만 있으란 법이 없다. 낮술 한 전 걸치려고 들리는 주당을 위해 닭발, 족발 등이 나오는데 요즘엔 돼지껍데기가 인기라고 한다. 한 공중파 TV의 건강프로그램에서 돼지껍데기가 미용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아주머니 고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장터에서 매스컴의 위력은 그대로 반영된다. 간 기능 개선효과가 있다는 헛개나무가 소개되면 다음 장날부터 헛개나무는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식이다. 검은쌀이나 현미 같은 건강식이나 다이어트 식품은 그대로 장터 매출에 반영된다. '뻥~이요'를 외치는 뻥튀기 장수, 재롱둥이 원숭이와 팀을 이룬 옷장수 아저씨, 힘겹게 맷돌을 돌리는 아주머니, 힘차게 떡매를 내리치는 떡장수를 보다보면 이 곳이 도시 한복판인지, 시골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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