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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용대리 황태덕장

2014-12-05

용대리 황태덕장
명태(양명문 시, 변훈 곡) / 베이스 바리톤 오현명

검푸른 바다, 바다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푸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바리톤 오현명과 가곡<명태>는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것은 가곡 <명태>가 가지고 있는 참으로 한국적인 내음과 해학적인 멋이 오현명이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가곡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명태는 모를 사람이 없으리 만큼 유명해진 노래임에도 유독 오현명의 명태이어야 하는 이유는 오현명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유머감각과 구수하고도 푹익은 연륜의 멋을 그 누구도 흉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겨울, 명태 덕장 풍경
한 겨울 속초 가는 길, 창밖의 고즈넉한 풍광에 심취해 있다 보면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진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막대 사이로 켜켜이 줄지어 있는 황태들. 1월부터 3월까지만볼 수 있는 명태 말리는 모습이다. 대관령의 겨울은 황태로 시작해서 황태로 끝난다 해도과언이 아니다. 횡계리에서 황태의 원료인 명태 말리기는 산악 지방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11월 말쯤부터 이뤄져 한겨울을 다 보내고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된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는 국내 최대의 황태덕장(명태 말리는 곳)이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70%를 이곳에서 만든다. 990~1만3200㎡ 규모의 덕장이 15개나 있고,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에 인제황태축제가 열린다.

동해의 명물, 명태
동해에선 예로부터 명태가 지천으로 났다. 겨울 바다에 그물을 내리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명태가 그득하게 잡히곤 했다니까. 대관령 진부령이 바빠지는 것도 이때쯤이었다. 첫눈이 내릴 즈음이면 바람이 잘 통하는 곳마다 덕을 세우고 명태를 내걸어 겨울바람에 말렸다. 이렇게 해서 이듬해 초봄이 되면 명태가 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데 이것이 바로 황태다. 그 맛이 얼마나 고소하고 담백한지 예나 지금이나 술꾼들은 속풀이국하면 황태국을 최고로 친다. 실제로 명태엔 간장을 해독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성분이 많다니 숙취를 푸는 데는 그만이다. 그렇게 흔하던 동해의 명태가 요즘은 금값이다. 수온상승으로 씨가 말라 어쩌다 나오는 생태 한 마리 사려면 큰맘 먹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명태는 베링해 근처에서 잡아온 원양산이 대부분인데 그 맛이 동해 명태 같을 리 만무다. 그나마 러시아와의 어획쿼터 협상이 쉽지 않아 값이 지난해보다 껑충 뛰었다니 이쯤 되면 아예 금태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요즘 만드는 명태 원산지는 대부분이 러시아다.동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생태로 먹기에도 양이 부족하기 때문. 추운 러시아에서 온 명태의 품질 역시 황태로 다시 태어나기에 손색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
명태라는 단어는 조선조 효종 3년인 1652년 ‘승정원일기’에 처음 보인다. 그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명태라는 이름은 본래 북한 지역의 명천에 사는 태서방이 잡았다하여 명태라고 붙여졌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함경도 관찰사가 초도순시를 나섰다가 명천군에 들러 태씨 성을 가진 어부, 집에서 점심을 들었는데 반찬으로 오른 생선 맛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름을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기에 명천군의 ‘명’자와 어부의 성을 따 명태라고 지었다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명태라고 부르는 어종은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바다에서 갓 잡은 것이 명태이며,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라고 한다. 북어를 먹을 때 방망이로 두들기는 것은 부들부들한 상태가 되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반쯤 말린 북어는 ‘코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코다리는 명태를약 15일간 꾸들꾸들한 상태로 말린 것인데, 네 마리씩 코를 꿰어 판다고 하여 코다리란 이름이 붙었다. 또 노가리는 명태 새끼를 말린 것으로 산란을 할 수 없는 20cm 내의 2~3년생 미성어 명태를 말한다. 그러나 명태 이름이 어디 하나뿐인가. 겨울에 나는 명태는 동태, 봄 명태는 춘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다. 또 있다. 생명태는 선태, 말리면 북어, 어린 새끼는 노가리가 된다. 선태 한가지만 놓고도 다른 이름이 19가지나 있을 만큼 선인들의 명태사랑은 지극했다.

내장부터 알까지 버릴게 없는 명태
사실 명태만큼 버릴 것 없는 생선이 또 있을까. 내장은 창난, 알은 명란이라고 하여 젓갈로 담그면 맛이 일품이다. 또 간에는 비타민 A와 D가 많이 들어 있어 눈에 좋다고 한다. 바로 간유다. 옛날 두메산골 사람들은 눈이 침침하면 가까운 바닷가로 내려가 명태를 물리도록 먹었다. 그러고 나면 거짓말처럼 눈이 밝아졌다는데 바로 간유 덕분이다. 명태가 흔했다고 해서 대단찮게 여겼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사상에는 명태찜과 명태탕이 반드시 올 라야 했다니 상당히 대우를 받았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북어포는 제사상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다. 황태가 사람 입에 들어가려면 서른세 번 손이 가야한다는 말이 있다. 진부령 동쪽 거진항 일대에서 배를 가른 명태들은 용대리와 대관령에서 1월초부터 3개월간 얼고 녹기를 반복해 황태로 만들어진다. 더욱이 날씨는 그 해 황태 사업의 80퍼센트를 좌우한다. 명태는 거는 즉시 얼어야만 물과 함께 육질의 양분과 맛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용대리는 밤 평균기온이 두 달 이상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계곡에서 바람이 불어와 황태 만들기에 적절한 기후조건으로 인정받고 있다. 명태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2마리씩 코를 꿰어 세척하는 작업을 할복작업이라고 하며, 할복한 명태를 2마리씩 덕장의 덕대에 거는 작업을 상덕이라고한다. 건조를 마친 황태를 싸리나무로 20마리(작은 황태) 또는 10마리(큰 황태)씩 엮는 작업을 관태라 한다. 관태를 한 황태 20마리를 한 급(또는 쾌)이라 하며, 30급(작은 황태 600마리)을 한데 모아 묶은 것을 한 짝이라 한다. 큰 황태는 10마리씩 엮는 것을 30개(300마리)를 한데 묶으며, 이것을 반 짝으로 부른다. 또한, 관태를 한 황태의 수량을 파악하면서 일정한 장소에 모아 쌓는 작업을 구멍가리라 한다. 구멍가리된 상태로 더 건조시키고 건조가 다 완료되면 밀폐된 창고에 입고시킨다. 이렇게 황태는 추운 곳에서 더덕처럼 말린 북어를 가리킨다. 황태는 노리끼리한 색이 껍질과 속살에 돌고 눌러보면 조금 딱딱한 정도의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방망이로 두들긴 것이 아니라 강원도 특유의 맑은 햇빛과 바람에 의해 3개월간 얼고 녹기를 거듭하며 자연스레 부들부들해진 것이기에 최상급으로 꼽힌다. 통통하고 속살이 황색을 띠며 육질이 부드럽고 영양이 풍부한 황태는 맛은 물론 간장해독, 숙취해소, 노폐물 제거, 해독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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