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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산 장생포에서 고래만나기

2014-12-19

울산 장생포에서 고래만나기
바람 부는 날, 병태와 춘자는 동해로 떠났다.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그렇다.
1984년. 배창호 감독은 영화 ‘고래사냥’에서 가슴이 뻥 뚫리도록 노래 한 자락을 불러 제끼며 동해로 떠났으니 바람 부는 오늘, 병태처럼 꿈을 쫓아 동해로 떠나보자. 동해 어디쯤에 고래가 있을까. 푸른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다 흰 물줄기를 뿜어 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지구 최고의 거대 포유류, 고래. 윤락가 여인 춘자와 소심남 병태가 거랭뱅이 스승과 함께 고래를 찾으러 간 곳은 울산의 장생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귀신고래의 놀이터, 장생포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70년대만 해도 장생포에는 포경선이 스무 척이나 떠 있었으니 말이다. 길을 지나는 개도 입에 돈을 물고 다녔고 ‘장생포의 포경선 포수는 울산 군수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위별로 해체하는 고래의 비릿내가 진동하고 집채만한 고래구경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으니 한해에 잡아 올린 고래가 천여마리. 지금이나 돼지고기 값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고래 고기 값이 비싸져 어쩌다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는 ‘바다의 로또’라 불릴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되었으나 당시에는 돼지고기 값보다도 고래 고기 값이 저렴하니 거리는 온통 고래 고기 파는 집으로 가득 찼고 날마다 소주 안주로 고래 고기를 양껏 먹어댔으니 자글자글 주름진 어르신들은 그때를 그리워한다. 장생포 앞바다는 '극경회유해면'으로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된 곳이다. 한국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지나는 길목이란 말이다. 태평양에는 두 종류의 귀신고래가 사는데 이중 서쪽에 사는 한국귀신고래는 여름에 오호츠크 해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우리나라 남쪽으로 내려와 새끼를 낳는다. 하여 장생포 앞바다에서는 귀신같이 출몰하거나 포경선을 피해 귀신같이 숨는다하여 이름 지어진 ‘귀신고래’가 포경선과 숨바꼭질을 즐기던 귀신고래의 놀이터였다. 그 흥겨운 모습을 보려고 장생포 고래길을 거닐어 본다. 포경선은 보이지 않고 크레인들 단 커다란 배들이 오간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고래잡이가 전면 금지되면서 어쩌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래를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배에서 고래를 내리는 모습도, 칼을 들고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장생포는 아직도 고래를 꿈꾼다.
고래 고기의 맛
항포구와 나란히 놓인 길은 ‘장생포 고래길’이라 하여 고래 고기 파는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손님을 맞으니 ‘고래막집’ ‘고래명가 ’‘원조고래맛집’ ‘고래고기 푸짐한 집’ ‘고래포구 ’‘왕고래집 ’‘할매집 고래고기’ ‘고래밥상’ 등 그 이름한번 찬란하다. 어디 고래 고기집 뿐이랴. ‘고래 고기 팝니다.’ ‘고래 고기 도소매’라 쓰인 각종 현수막과 종이 딱지가 곳곳에 붙어있고 거리의 가로등은 온통 고래 모양이다. 갖가지 상호는 어떻게든 고래가 인용되며 포구 쪽 낮은 담장은 고래 거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고래 그림이 이어져 있으니 여기까지 와서 고래고기 한번 맛보지 않을 수 없음이다. 고래 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나는데 일부 미식가들은 49가지까지 그 맛을 구분한다.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육질이 생선회처럼 부드럽고, 포유류이기 때문에 쇠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고래 고기 먹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수육. 대부분의 고래 고기 집에서는 내장을 제외하고도 일곱 부위 정도가 나오는데 쫄깃거림과 담백한 맛이 좋아 으뜸으로 치는 뱃살(우네), 소금에 절인 뒤 뜨거운 물에 데쳐 엷게 썰어먹는 오베기(꼬리)를 비롯해 등살, 옆구리살, 볼살, 턱살, 지느러미, 가슴살 등이다. 요리 종류는 날것과 굽고 끓이고 숙성시킨 것이 30여 종류에 이르는 데 초보자들도 무난히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비계가 없는 붉은 살코기를 버무린 고래 고기 육회가 적당하다. 소주한잔에 곁들이기 좋은 것은 고래고기 찌개로 무와 콩나물과 더불어 씹히는 검붉은 고래 고기 살점이 좋다. 게다가 제각기 알고 있는 고래 이야기 하나씩 풀어내며 술잔을 주고받고 하노라면 ‘세상 그까이꺼 ’ 아무 것도 아닌 두둑한 ‘고래 뱃심’까지 생겨난다.
고래요리 3가지
1. 고래고기 수육. 고래는 부위별로 그 맛이 다르기에 어느 한 가지 맛이라고 특정 짓기는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꼬리인 오베기와 뱃살인 우네가 가장 보편적이다.
2. 고래고기 육회. 아삭아삭 배와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 비계가 없는 살코기만의 만을 느낄 수 있다.
3. 고래찌개. 고래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찌개는 저렴하면서도 양이 많아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인기다.
장생포의 볼거리들
고래길 끝자락에는 고래 모양을 한 고래박물관(052-226-2809)이 기다린다. 고래박물관에는 공룡의 뼈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수염고래류의 브라이드 고래 뼈가 박물관의 2~3층을 아우르며 그 위용을 자랑한다. 마지막 포경선이었던 제6진양호가 실물 그대로 깃발을 날리고 예리한 작살로 고래를 조준하는 포수는 작살을 쏘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다시 고래 길로 나와 보자. 고래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포구에서는 고래 대신 놀래미를 낚아 올린 아저씨와 방금 도착한 통통배 밑장에서 꺼낸 대게를 흥정해 사들고 오는 아저씨를 만난다. 장난감 고래 풍선을 벽에 그려진 고래 그림과 뽀뽀 시켜보는 여자 아이도 만난다. 한 해 동안 고래가 먹어치우는 물고기의 양이 사람이 먹는 것의 다섯 배에 달하기에 어느 정도의 고래잡이는 허용해야한다는 어느 학자의 주장을 떠올리며.... 장생포에 고래 들어올 날은 고대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음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고래를 온몸으로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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