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무역전쟁의 첫 교전을 치르자 주요 2개국 주변국들이 그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각 국가는 양국간 맞불 대응이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발전해 기존 교역구조가 바뀌고 글로벌 경기후퇴로 이어질지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일 전했습니다.
현재 전면전은 미중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양측은 일부 자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받은 뒤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협상 신호가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양국 무역전쟁이 중국의 표현처럼 "승자가 없는 양패구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일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 무역분쟁의 여파는 각 국가와 산업영역별로 다차원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선 심지어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출국가들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개 무역을 해온 한국,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일차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서 기계, 통신 부품과 소재 등 중간재를 들여와 완성품으로 만든 다음 미국에 수출해왔습니다.
국제 컨설팅업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최대의 수출국 중 하나인 일본 역시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7천억 달러 어치를 수출했는데 중국과 미국이 최대 교역 대상국이었습니다.
무역분쟁에 따른 협상으로 중국이 반도체 공급선을 바꾸는 결과로 나타날 경우 한국, 일본, 타이완 모두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 기업은 매년 2천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한국, 일본, 타이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중 사이의 자금·물류 창구 역할을 하는 홍콩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됩니다.
폴 찬 홍콩 재정사장은 미국의 잇따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하며 "미중 양국의 고조되는 무역분쟁이 홍콩의 일자리 5개중 1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무역분쟁에서 이익을 보는 나라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곡물 수출국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으로 연간 140억 달러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해온 중국이 대체 공급국을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 역시 중국의 대두 공급 부족을 보충해줄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이 또 미국산 돈육을 보복관세 부과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독일, 스페인, 덴마크 같은 대체 공급국에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폰 메렌은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돈육 공급업자도 중국에서 미국산 육류 판매가 감소하게 되면 혜택을 입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전날 관세부과 리스트에 올린 항공기 분야도 희비가 엇갈립니다.
중국이 미국의 보잉 여객기 대신 유럽산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를 결정하게 되면 프랑스 등이 웃음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등은 미국과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가 자국에 어부지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