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6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지난 2000년 10월 광운대 최고경영자과정 강연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동영상의 공개로 파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의 BBK 사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을 검토토록 정성진 법무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정 장관을 불러 관련 동영상 등에 대한 상황보고를 받은 뒤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철 민정수석이 발표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다만, 현재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실효성 있는 조치'에 대해 전 수석은 "현재 국회에서 BBK 특검법이 논의중이고 국회에서 의결돼 행정부로 넘어올 상황을 감안해 법무장관이 실효성이 있는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며, 법무장관이 판단해서 검토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가 17일 BBK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경우 특검이 주도하는 BBK 사건 재수사가 이뤄지겠지만, 특검법이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을 통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의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 배경에 대해 "이 후보의 BBK 관련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으나, 국민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16일 공개된 이 후보의 육성 동영상은 그간 국민이 품었던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며, 또 검찰 수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잘됐다,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노 대통령의 16일 지시사항의 핵심은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재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난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 의견을 반려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토록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했지만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발하며 총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