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독립영화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은 영화를 만든 경험들은 봉 감독에게 이후 큰 자양분이 됐습니다.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이 나오기 위해선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일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감성을 품은 독립영화 '윤희에게'는 개봉 후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상영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상영 횟수는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론스타 사건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 역시 호평을 받으며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일주일 뒤 상영 횟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윤희에게와 블랙머니가 선보인 지 일주일 후, 초대형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한 겁니다.
'겨울왕국 2'의 첫날 상영 점유율은 63% 입니다.
전체 극장 상영의 60% 이상이 '겨울왕국 2'였다는 얘기입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영화들이 극장 스크린을 과점할 경우,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신진 감독들의 데뷔 무대도, 성장 기회도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담은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지난 2016년 이래로 줄곧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해 기뻐할 일이 아니라 영화계 현실을 짚어보며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을 키워낼 제도적 뒷받침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