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재판을 받다 도주한 30대 남성을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는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심사가 청구된 31살 이 모 씨에 대해 29일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이 씨는 미국으로 인도돼 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씨는 2010년 6월 1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시속 100km로 차량을 운전하다,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았습니다.
이 씨는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뇌출혈과 갈비뼈 골절 등 상해를 입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고 직후 체포됐던 이 씨는 같은 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차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4월 판결 선고를 나흘 앞두고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이후 미국 측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이 씨를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2017년 한국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5월 범죄인 인도 허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이 씨 측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데다 상대적으로 중한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범죄인 인도를 불허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 집행을 피하기 위해 도피한 기간은 공소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약상 규정 등을 근거로 들어 공소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이 씨가 일부 사실관계를 다투고는 있지만 해당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충분히 소명된다며,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절대적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씨가 현재 한 가정의 가장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범죄인 인도 조약의 취지와 미국에서 이미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한다면 이 씨를 미국으로 인도함이 적정해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