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탈북민 선수 최광혁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현지시간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탈북민 출신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최광혁의 인터뷰를 게재하고 그의 인생 역정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7살 때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그는 2년 뒤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홀로 생계를 책임지려고 인근 역에서 승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다가 무임승차에 걸리지 않으려고 도망가다 열차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왼쪽 발이 열차 바퀴에 깔리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당시 북한 병원의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의사들은 그의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해버렸습니다.
장애인 처우가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북한 사회에서 졸지에 장애인이 된 그는 함께 노숙 생활을 하던 다른 꽃제비들로부터도 버려졌고 아이스크림 장사도 할 수 없게 돼 구걸해야 했습니다.
2001년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던 아버지가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서 그를 데려오면서 한국으로 온 최광혁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방황했습니다.
많은 탈북 청소년처럼 그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며 줄담배를 피우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2년여가량 허송세월했습니다.
그러다 한국복지대학에 진학해 우연히 교직원의 소개로 2015년 장애인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하면서 올해 세계랭킹 3위의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로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올해 동계패럴림픽은 특히 북한 대표단이 참가해 그에게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최광혁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 대표팀을 상대로 출전하지는 않겠지만 선수촌에서 북한 측 대표단과의 만남은 어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나는 그들을 보면 반갑겠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 반가워할 것 같지 않다"며 "그들은 나를 반역자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꽃제비, 탈북민, 장애인이라는 무거운 굴레를 짊어지고 살았던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그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나는 그때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지만, 탈북민이나 거지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나를 따라다닐 것"이라며 "그러나 고통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한국을 대표해 아이스하키를 하려는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장애인아이스하키를 얘기할 때 내 이름을 언급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