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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0년여 만에 4%대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면서 유류세 인하 등으로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세계경제 몸살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은 것 같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요인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 경제 중 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 국가의 비중이 60%에 달해 198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선진국 경제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한다. 그만큼 현재 물가가 심각한 수준이란 이야기다.
주요국 3월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미국 3월 8.5%, 독일 7.3%, 이탈리아 6.7% 등이었고, 영국도 비슷한 수준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도 7.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1년 12월 이후 40년여만의 최고치다.
신흥시장은 선진국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BIS에 따르면 신흥국 절반 이상이 물가상승률이 7%를 넘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올해 들어서 50%대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의 3월 상승률은 11.3%, 인도는 6.95%였다. 이례적으로 중국과 일본이 아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조짐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10년만의 4%대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으로 전년 동월대비 4.1% 상승, 2011년 12월 4.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였다.
원인은 물론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실제 석유류와 서민 연료인 경유 등이 크게 올랐고,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빵 값도 10% 가까이 올랐다.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3월 정점을 기록한 뒤 최근 안정되는 추세지만 올해 들어서만 이미 약 35% 올랐다. 또 올해 들어 밀 값은 약 42%, 대두는 약 26%, 옥수수는 약 30%나 올랐다. 이에 따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3월 식량가격지수(FFPI)도 전달보다 12.6% 뛰어오른 159.3포인트를 기록,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긴축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7월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키로 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5월 단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이미 연달아 3차례 금리를 올린데 이어 5월에도 인상할 전망이고,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