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화장실 사방이 온통 분사 혈흔들로 가득 차 있다.
범인은 이곳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거실에 튀어 있는 혈흔들은 대체 무엇일까?
화장실에서 최초의 가격이 이루어진 다음 거실에서 난투를 벌이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는 건가?
그런데 거실과 화장실 사이에는 단 한 방울의 혈흔도 떨어져 있지 않다.
더욱 이상한 점은 침대 시트에 또 하나의 발혈점이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색이었다.
그녀는 부엌 쪽으로 걸어가서
서랍장을 열어 무언가를 꺼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하시던 말씀 계속해 보세요.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해 드릴테니까.”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왜 그랬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저녁 8시 반에 퇴근하고 들어왔더니 이미 동생은 없었다고 하셨죠?”
주머니에서 나원학의 휴대폰을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저녁 9시 38분에 문자를 보내려다 만 흔적이 여기 남아있는 거죠? 왜 죽인거예요? 동생까지”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나원학의 누나가 결국 범인이었는데 심지어는 자기 동생에게 누명을 씌워서 유력한 용의자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체포가 된 후에도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가 사회에 피해자라고 주장을 하고 또 자기 말을 굉장히 강하게 믿었죠. 그러나 주인공만은 그 말이 변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범죄행위에 깊이 발을 들여 버린 인간이 도덕성을 잃고 어떻게 변해버리는지 프로파일러로서 계속 봐왔기 때문입니다.
경찰서를 빠져나와 길게 늘어선 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보이는 것은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오늘도 만나고 헤어지고 소통하고 단절한다.
그들 중에 누군가 살해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의 주변인들을 탐문하고 수사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 내재된 살인을 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처럼 균열된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깨진 거울과도 같은 기괴한 시선으로.
나는 이제 그런 것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 신재형 (충북 충주, 1982~ )
- 등단 : 2007년 단편 소설 [그와 나의 지그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