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이’라는 접미사는 상당히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요, 명사나 의성어, 의태어 뒤에 붙거나 동사 어간의 결합형 뒤에 붙어서 명사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일부 형용사 어간 뒤에 붙어서 부사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젖먹이, 재떨이, 옷걸이, 멍청이’ 같은 것은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이고, ‘많이, 같이, 높이, 나날이, 일일이’ 같은 것은 접미사 ‘-이’가 붙어서 부사가 된 것이지요.
형용사 ‘깜찍하다’의 경우 ‘몸집이나 생김새가 작고 귀엽다’와 ‘생각보다 태도나 행동이 영악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깜찍하다’에서 나온 표현으로 뒤에 접미사 ‘-이’가 붙은 ‘깜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몸집이나 생김새가 작고 귀엽게’, 또는 ‘생각보다 태도나 행동이 영악하게’라는 뜻의 부사이기도 하고, ‘깜찍하게 생긴 사람’을 귀엽게 이르는 명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형용사 ‘점잖다’에서 나온 부사와 명사의 경우에도 ‘깜찍이’처럼 두 품사의 표기 형태가 같을까요?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의젓하고 신중한 언행이나 태도로’라는 뜻의 부사는 원래 형태대로 ‘자’ 밑에 ㄶ 받침을 쓰지만, ‘점잖은 사람’이라는 뜻의 명사는 ‘자’ 밑에 ㄴ 받침을 쓴다는 차이가 있으니까 받침을 쓰실 때 각별히 유의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