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내용 중 일부 -
#인터뷰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방민호교수
사실은 가장 운이 나쁜 날 이거든요. 작가는 굉장히 위트있는 제목을 붙였다고 할 수 있죠. 운이 좋은 날인줄 알았는데, 사실 가장 운이 나쁜 날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독자들은 ‘운수 좋은 날’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서 계속 흥미를 갖고, 작품을 읽어 나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죠.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운수 좋은 날, 제목처럼
그 날 하루는 김첨지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 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10전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아침부터 김첨지를 짖누르던 불안의 실체가 밝혀졌습니다.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결말입니다.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똥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에 어룽어룽 적신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웨 먹지를 못하니, 웨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드니만........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드니만
근래에 드물게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한 그 날은
아내가 죽은 줄도 모르고 돌아다닌 날,
김첨지에게 ‘가장 불행한 날’이었습니다.
작가: 현진건
작가 현진건은 1900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동아일보 기자시절인 1937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한 사건으로
일제에 체포돼 1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운수 좋은 날>은 1924년 6월 “개벽”48호에 발표됐는데요, 현진건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우리 문학사에서도 이정표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