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문화

판문점 - 이호철

2018-06-26



- 방송 내용 중 일부 -



____

정각 여덟시에 버스는 조선호텔 앞을 떠났다.

와당탕와당탕 거리며 다리를 건너는데,

처참하게 비틀어진 쇠기둥이 강으로 곤두박질을 하고 있고,

동강 난 철판때기가 삐뚜름히 걸려 있기도 하고,

비로소 판문점행이라는 처절하고도 뚜렷한 의식과 결부가 되어서

웬 노여움 같은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버스 안에서는 그렇게도 돋보이던 외국인들이었지만

정작 판문점에 이르자, 그 냄새와 단려한 기운이 푸석푸석 무너져 보였다,

누구나가 회 범벅 같은 얼굴로 꽤나 생소한 듯이 어리둥절해서

판문점 둘레를 돌기만 했다.


판문점에 도착한 기자들이 이곳 저곳을 향해

덮어놓고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 북쪽 기자들이 나왔습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어울려 인사도 하며 대화가 시작합니다. 

그러나  허풍섞인 우월감과 상대에 대한 은근한 비아냥거림이 

범벅이 되어 버린,  언뜻 보기에도 냉랭한 대화 뿐입니다. 


____

“그렇게 인정 같은 것에만 매달리지 마세요.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헐벗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천만에, 내 주변은 풍부해요.  도리어 너무 풍부하고 무거워서 탈이지요.

 덕지덕지한 것이 참 많이 들끓고 있어요.  도리어 헐벗은 것은 당신이지요.

 당신은 새빨간 몸뚱이만 남았어요“ 

“아주 벽창호군요” 

그녀는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여기서 만날 때 으레 짓는 그 경계와 방어 태세가 

껴묻은 표정으로 피해서 갔다.

그 뒷모습을 건너다보면서 진수는 생각했다. 

 ‘기집애,  조만하면 쓸 만한데, 쓸 만해’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판문점이라는 공간은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이후 한반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곳이다, 왜냐하면 38선으로 날카롭게 분리된 한반도의 양쪽이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문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회담을 위해 남에서 올라오고 북에서 내려온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1960년에 판문점에 온 북쪽 사람들은 경직되고 원칙만 지키려고 하는 이데올로기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로 그려졌고, 남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타락한 풍요, 속물적인 자본주의와 나태함,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작가 : 이호철 (1932.3.15.~2016.9.18. 함경남도 원산 출생)

1950년 단신으로 월남.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탈향” 발표하면서 등단.

1961년 사상계에 단편 “판문점” 발표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