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전력난이 닥쳤을 때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아파트와 주택에 공급하는 전력을 우선 차단하는 현재의 순환단전 순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실시한 민주당과의 정책협의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순환단전 순서 재검토
순환단전은 예비전력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 전기 공급을 끊는 것을 말한다. 현행 전력 당국의 매뉴얼에 따르면 순환단전은 아파트·주택-상가-기업체 순으로 이뤄진다.
민주당은 이날 협의회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민을 볼모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상가보다 주택이 먼저 단전되는 것에 대해서는 순위를 재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환단전 매뉴얼
이와 관련, 전력 당국은 아직 순환단전 매뉴얼 변경에 대해 검토해본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매뉴얼이 피해 가구와 기업의 수, 경제적 관점,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미 가다듬어 놓은 내용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11년 9·15 대정전 사태, 즉 순환단전 사태 이후 차단순위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여 지난해 10월 전기연구원 용역을 거친 결과 단전순위의 큰 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저층 아파트는 1순위, 고층 아파트는 2순위로 돼 있던 기존 단전 순서는 층·저층을 불문하고 1순위인 주택용으로 통합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같은 주택용에서 고층과 저층을 구분할 합리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층아파트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비상용 승강기와 비상발전기 구비가 의무화돼 있는 점도 고려됐다.
종전에는 종합병원만 단전 우선순위에서 제외됐으나 모든 병원급과 수술실을 갖춘 의원급에 대해서도 생명 안전을 고려해 추가로 단전 순위에서 뺐다.
이에 따라 현재 순환단전은 1순위 주택 아파트 일반상가, 2순위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 산업용 일반, 산업용 공단, 3순위 농어업 축산업 등 정전민감고객과 대규모 산업용 등으로 분류돼 있다.
순환단전 제외대상은 중앙·지자체 행정기관, 국군·유엔군 중요부대, 방위산업시설, 전력시설, 비행장, 중요 연구기관, 금융기관 본점과 전산센터), 의료기관, 혈액원, 교통·수자원 시설, 고속도로 IC, 통신시설·우편집중국 및 언론기관 등이다.
순환정전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으로 확대하고 차단단위도 10만㎾에서 50만㎾로 늘렸다. 이는 정전 대상 호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력 당국은 정전피해 비용이 주택용, 상업용, 산업용 순으로 크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전민감도 등을 고려해 이런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위 재검토에 부정적인 의견이라는 뜻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례로 단전 순서만 보고 백화점은 갑, 일반시민은 을이냐는 비판을 하는데 대형유통업체에 단전 조치가 내려지면 사고 위험성이 주택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