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 등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16일 시상식에서 책을 쓰는 것은 “내 질문에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라며 “나의 질문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맨부커상 수상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이날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는 ‘Man Booker Prize’와 영연방 외 지역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는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로 나뉘어 수여된다.
이에 따라 작가인 한강과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강은 지난 3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longlist) 1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4월 6명의 최종후보(shortlist)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후보는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 중국의 옌렌커,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트 제탈러 등이었다.
한강과 채식주의자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먼저 시로 등단한 다음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시적 감성이 녹아있는 독특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 자신 한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인 아버지 한승원이 딸의 문장에 질투가 난다고 할 정도다.
심사위원장인 영국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턴킨은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상처를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과 탄탄한 서사, 삶의 비극성에 대한 집요한 탐문”이라는 한국 평론가들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편으로 이뤄진 연작소설이다. 200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됐고, 단행본은 2007년에 나왔다.
육식에 대한 트라우마로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 ‘영혜’가 스스로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는 나무가 돼 간다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남편, 형부, 언니 등 3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된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데버러 스미스는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어를 배운 뒤 ‘채식주의자’를 접하고 작품에 매료됐다. 그녀가 책 앞부분을 일부 번역해 출판사에 보낸 것이 영문판 출간의 단초가 됐다.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스미스의 수준 높은 번역을 만나 맨부커상 수상을 일궈낸 것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 수준의 작가를 여럿 보유하고서도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은 번역이란 큰 ‘걸림돌’ 때문이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는 탁월한 번역가 김지영 씨가 큰 역할을 했다.
문단에서는 데버러 스미스라는 또 한 사람의 뛰어난 한국 문학 번역가를 얻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