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내용 중 일부 –
아파트의 문은 잠겨 있었다.
그 철제 현관문은 견고하게 닫아 걸린 채
주인의 귀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새 페인트 칠을 다시 한 모양이다.
한 달하고도 닷새 만에 돌아온 그의 눈에는
그것이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은 한 달에 한번 집에 올라오곤 했는데요
오늘따라 연락 없이 왔더니 집에 아무도 없는 겁니다.
그는 철제문 손잡이에 들고 온 가방을 걸어두고
아파트 계단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실인즉 열쇠를 두 개나 더 복제했었다.
그래서 식구들이 죄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
단지 자기만 예외인 것이다.
집을 찾는 일이 한 달에 고작 한 번이라고 해도
역시 열쇠는 지니고 있어야겠다고 그는 마음먹었다.
그것처럼 완전한 소유의 징표가 어디 있으랴.
아내는 물론, 내 아이들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을
나는 갖고 있지 못하다.
나의 가정이란 생각은 어쩌면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가정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늘 잠긴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온 이래
지금 이 후줄근한 나이에 이르도록 말이다....
그 깨달음은 몹시 씁쓸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한 동안 말을 잃어버렸다.
작가 이동하 (1942. 12.1 일본 오사카 )
: 등단-1966.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쟁과 다람쥐> 당선
수상-2013. 보관문화훈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