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갓을 만들어서 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의 갓 만드는 솜씨는 좋았지만 잘 팔리지 않아
멀리 다른 동네 장터까지 가야 했답니다.
장이 끝날 무렵 겨우 갓 한 개를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두워진 산길 저 멀리 집 한 채가 보였고, 하룻밤 묵어가려고 집에 들어갔는데
도깨비들이 나타난 거에요.
너무 무서워 잠든 척하다 사알짝 실눈을 떴는데
도깨비들은 안 보이고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어, 왜 이러지? 내가 도깨비한테 홀린 건가?”
비밀은 도깨비 감투였어요.
다음날, 할아버지는 도깨비들이 놓고 간 감투와 커다란 자루를 챙겨 장터에 갔어요.
도깨비 감투를 쓴 할아버지는 상인들 몰래 커다란 자루에
떡과 쌀, 비단 등을 필요한 물건과 돈을 자루에 담았습니다.
“어, 갑자기 옷이랑 돈이 어디 갔지?”
물건을 훔친 할아버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봤습니다.
“어?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어머, 이게 왠일이래요?!
쥐들이 도깨비 감투를 갉아먹어 엄지 손톱만한 구멍이 생겼지 뭡니까.
할아버지는 헝겊으로 정성껏 구멍을 기웠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날도 감투를 쓰고 장터에 갔습니다.
그런데요.
사람들 눈에 도깨비 감투 구멍을 막은 그 빨간 헝겊이 보인 겁니다.
“도둑이다, 저 빨간 헝겊이 물건을 훔친다”
이 소리에 몰려든 사람들이 빨간 헝겊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어이쿠쿠쿠쿠”
할아버지는 머리를 감싸 안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됐냐구요?
할아버지는 도깨비 감투를 부엌 아궁이에 던져 버렸답니다.
“할멈, 난 훔친 물건들 주인한테 돌려주고 올게요.”
“그러시구랴, 영감이 좋아하는 고구마 삶아 놓고 기다릴게요”
할아버지는 다시 갓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하지만 했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