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녘 풀밭에서 한 자웅의 개가 장난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겁내지 않고 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의 눈을 꺼리는 법 없이
자웅은 터놓고 마음의 자유를 표현할 뿐이다.
부끄러운 것은 도리어 이쪽이다.
확실히 시절의 탓이다.
가령 추운 겨울 벌판에서
나는 그런 장난을 목격한 일이 없다.
역시 들이 푸를 때, 새가 늦은 알을 깔 때
자웅도 농탕 치는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성내서는 비웃어서는 안 되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과수원 철망 너머로 엿보이는 철 늦은 딸기.
지날 때마다 건강한 식욕을 참을 수 없다.
탐나는 열매에 눈독을 보내며 철망을 넘기에
나는 반드시 가책과 반성으로
모질게 마음을 매질하지 않았으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누구의 과수원이든간에 철망을 넘는 것은
차라리 들사람의 일종의 성격이 아닐까~
그러나 능금나무 그늘에 난데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자
황급히 뛰어넘다 철망에 걸려 나는 옷을 찢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작중 시공간적인 배경이 봄의 들인데요. 생명체가 차별없이 공존할 수 있는 이 봄에 들에서는 새가 알을 낳는 것, 동물의 교미하는 것도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것 모두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과수원에 가서 주인공은 철망 너머로 양딸기를 발견을 하고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철망은 넘어서면 안 되는 경계선 즉 금기를 의미하는데 금기에 직면했을 때 주인공이 그것을 위반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을 느꼈던 것이죠. 그런데 사실 인간의 내부에는 어떤 형태로든 욕망이 잠들어 있고 때로는 금기를 넘어서 그것을 발산하고자 합니다.
공포는 왔다.
그것은 들에서 온 것이 아니요,
마을에서, 사람에게서 왔다.
공포를 만드는 것은 자연이 아니요,
사람의 사회인 듯싶다.
사흘 밤을 지우고 쉽게 나왔으나 문수는 소식이 없다.
오랠 것 같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여름의 계획도 세웠으나 혼자서는 하릴없다.
들에는 도라지꽃이 피고 개나리꽃이 장하다.
진펄의 새고사리도 어느덧 활짝 피었다.
해오라기가 가끔 조촐한 자태로 물가에 내린다.
시절이 무르녹았다.
작가 이효석 (1907.02.23. 평창 ~ 1942.05.25)
- 등단 : 1928년.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