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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좋은 친구 - 송시우

2022-08-23

ⓒ Getty Images Bank

“좋은 친구 동물병원”은 서울 용산구 한 도로변에 있는 작은 동네 병원이고,

나는 병원 원장이자 유일한 수의사이다.

개원했던 날 맞춘 저 작은 현수막 표어는

병원 유리창에 붙은 채 7년째 낡아가고 있다.


오래된 주택과 작은 상점, 주택 지하에 딸린 소규모 제조공장이 그저 낡아갈 뿐

한결같던 이 동네가 

용산 뉴타운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난 후 많이 바뀌었다.


상가 중 세 집 걸러 하나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차지하고 

그 커다란 노란 간판을 밤까지 끄지 않았다.

바깥 환경은 매일 변하고 손님은 늘지 않았지만

동물병원의 일상은 그만그만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302호 아가씨 어디 갔습니까? 혹시 아세요? 

 개를 맡겨놓고 찾으러 오시질 않아서..." 


"아니, 그게....어떻게 말해야 하나...거기 아가씨, 죽었어요" 


뜻하지 않게 어제 오늘 연경을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연경이 그렇게 죽어 싸다는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렇게 죽을 만한 이유가 조금이나마 있긴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했다.

당연히 연경에게는 한 마디 해명의 기회도 없었고, 해명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연경의 삶에서 그런 좋은 친구는 반려견 나박이 밖에 없었습니다. 연경이는 주변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만들지 못했지만 유기견이었던 나박이를 구조하고 또 사랑으로 대했어요. 그렇게 보면 연경도 처음부터 가벼운 관계를 원했던 사람은 아니고 인간의 관계나 유대를 중시하지 않는 이 사회의 풍토안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그렇게 변해 버린 게 아닐까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범인은 한우정으로 추정이 되지만,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보다는 개인의 이익추구가 더 중요해진 사회에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메시지를 추리과정에 녹여낸 작품이 바로 좋은 친구입니다.



나는 진료실로 들어가 엑스레이 전원을 켰다.

나박이의 위속에 심상치 않은 뭔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금속 조각 같아 보이는 것이 위속을 돌아다니며 상처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개들은 가끔 주인이 생각도 못한 것들을 삼키곤 한다.

대부분 변으로 배출되지만, 이것은 그러기에는 너무 크다.

개복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어쩌면 나박이가 뭔가 해명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메스를 내려놓고 수술대 앞에 카메라를 장착했다.

나박이의 위장을 째고 벌려 그것을 꺼내어 그릇에 떨어뜨렸다.


은단알을 연결한 듯한 줄에 달린 양철 조각 두 개.

군인 인식표였다.

군번과 이름, 혈액형이 똑같이 두 개 새겨진, 

이름은 한우정.




작가 송시우 (대전 출생)

 - 등단 : 2008년 단편 소설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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