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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몬스테라 키우기 - 위수정

2023-10-03

ⓒ Getty Images Bank
대용량 가습기를 고심해서 고른 재순은 민희에게 의견을 물었다.
민희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없으면 밥이나 먹을래요?
재순은 좋다고 하며 식품매장으로 카트를 옮겼다.
사먹자고 한 건데... 민희는 속으로 생각하며 재순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재순은 가격표를 유심히 보았다.
민희는 무언가를 살 때 가격표를 본 적이 없었다.
민희는 재순이 내려놓은 새우와 생선, 맥주 등을 카트에 담았다.
계산대로 갈 때 카트는 가득 차 있었고 카트를 미는 재순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재순이 밤에 출근을 하면 민희는 어김없이 SNS에 접속해 박재희를 염탐했다.
욕실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찍은 사진을 보고 민희는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박재희의 얼굴에는 토끼수염과 귀가 달려 있었다.
동물의 얼굴처럼 귀엽게 만들어 주는 어플이었다.
박재희의 얼굴에는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눈은 초롱초롱했다.
그러나 한재순의 눈은 종종 멍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 인터뷰. 전소영
제목에서부터 그 의도가 드러나죠. 작중 설명을 보면 몬스테라 라는 식물의 이름은 라틴어의 이상하다 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몬스테라가 곧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 민이와 재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 또한 몬스테라처럼 이상한 존재들, 세상에 이상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인 것이죠. 
민희가 특별한 직업 없이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잘 살고 있습니다. 돈으로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하는 것이 민희의 삶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재순은 민희 쪽 사람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중 내용을 통해 그가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사실은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죠. 가혹한 세계를 살아가려다보니까 생존본능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허약한 인상을 지니게 됐지만 그 이면에는 상처와 피해의식이 존재했어요. 그래서 가짜모습이 범람하는 SNS 위에서는 허영심과 공격성으로 자신을 위장하는 가면을 썼던 것입니다.


“그 동안 감사했어요” 

재순은 민희의 눈이 아닌 어깨 너머를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미안” 

민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해 놓고 바로 후회했다.
사과를 받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재순은 아쉬운 표정으로 현관에서 우물쭈물 망설였다.
그 모습에 민희는 마음이 약해졌다.
재순이 사과를 하면 다시 돌아오라고,
박재희에 대해 털어놓으면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재순은 한 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몬스테라 물꽂이 한 것만 저 주시면 안 될까요?”



작가 위수정 (부산, 1977년~)
    - 등단 : 2017년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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