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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이면 어김없이 안방을 찾아오는 kbs의 최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국내 최고령 현역 MC 송해 씨가 힘차게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면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980년 첫 전파를 탄 이후 매주, 전국을 돌며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무대 주인공이 돼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KBS ‘전국노래자랑’이 2003년 평양에서 열렸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문화 교류 급물살 

2003년 8월 11일. 평양 모란봉 공원의 야외무대에서 ‘전국노래자랑’ 평양 공연 녹화가 시작됐다. KBS 1TV 광복절 프로그램으로 특별 기획된 이 공연은 KBS 남북교류협력단이 2002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이 논의가 시작됐을 때, ‘전국노래자랑’팀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의 문화예술 교류는 급물살을 타면서 2000년에는 북한 예술단이 세 차례나 와서 공연을 했다. 2002년에는 KBS교향악단이 평양에서 ‘추석맞이 남북 교향악단 합동 연주회’도 가졌지만 ‘평양 노래자랑’은 북한의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랐다. 

출연자 결정부터 노래 선곡까지, 남북간 의견 차이 커

남북 교류의 획을 긋는 공연인 만큼 ‘전국노래자랑’팀은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고 KBS 남북교류협력단도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서 북측과 수많은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출연진 결정부터 노래 선곡, 사회자의 진행 방식까지 남과 북의 의견 차이는 컸다. 

‘전국노래자랑’의 묘미는 예선을 거쳐 무대에 오른 후보들이 노래를 부르면 실로폰 소리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평양 공연에서는 실로폰은 사용되지 않았다. 출연자는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순위를 정할 수 없다는 북측의 의견을 수용한 것입니다. 출연자 또한 북측의 제안으로 노래 경연 대회에 수상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결정됐다. 그러나 양보할 수 없는 분야가 있었다. 

진행자 송해 씨만큼은 양보 못해

남북이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사회자였다. ‘전국노래자랑’의 MC인 송해 씨는 황해도 재령이 고향으로 1·4 후퇴 때 가족을 두고 단신으로 월남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북측에서는 송해 씨의 사회를 거부했지만 KBS는 ‘프로그램의 상징인 송해 씨가 사회를 보지 않으면 평양 노래자랑은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평양 노래자랑’은 남측의 송해 씨와 북측 진행자, 전성희 씨가 공동 사회를 보는 것으로 합의됐다. 

두 시간을 알차게 채웠던 ‘평양 노래자랑’

우여곡절 끝에 진행자인 송해 씨를 포함한 28명의 방송팀은 8월 4일, 베이징을 경유해서 다음 날, 북한 땅을 밟았고 7박 8일의 준비 끝에 8월 11일, 역사적인 녹화방송을 시작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평양 노래자랑’은 77세 할아버지에서 11세 소년까지 20여 명의 북한 주민이 참가해서 노래솜씨를 뽐냈다. 모란봉 공원을 가득 메운 3천여 명의 평양 시민들에게 ‘전국노래자랑’의 맛을 제대로 선사한 ‘평양 노래자랑’은 두 시간을 알차게 채운 끝에 녹화를 끝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녹화를 끝낸 뒤, 함께 일궈낸 성공을 자축한 남북의 방송 관계자들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역사적인 ‘평양 노래자랑’을 마무리했다. 이날 무대는 8월 15일 저녁 7시 30분. KBS 1TV를 통해 전국의 안방 시청자를 찾아갔고, 조선중앙TV도 같은 날, ‘평양 노래자랑’을 방송했다. 

한국에서의 시청률은 29%. 북측에서도 네 번이나 방송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래로 남북의 이해를 돕고, 일체감 조성에 큰 역할을 했던 ‘평양 노래자랑’. 다시한번 한반도 곳곳에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