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New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의 기업까지 참가한 백악관 반도체 대책 화상 회의에서 직접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강조했다. 

이로써 세계 ‘열강’,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대전의 막이 올랐고, 이에 따라 삼성은 강력한 대미 투자 압박을 받게 됐으며, 한국도 국가적 반도체 산업 전략 재검토 필요성에 직면케 됐다.

백악관 회의

이날 회의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차질을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반도체 산업을 미국의 최우선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다룬 회의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회의를 주재한 것이 이같은 회의의 성격을 웅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국가 인프라’라고 선언했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회의에는 HP 인텔 포드 GM 등 미국 주요 기업이 참석한 것은 물론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 등까지 불러 들였다.

배경

이날 회의의 성격은 한 마디로 미국이 주도하는 反중국 ‘반도체 동맹’으로 요약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현제 미국은 안보와 산업의 토대인 반도체 생산력의 72%가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 편중돼 있고, 미국의 국내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는 점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지역이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한편 삼성전자 TSMC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2조2천5백억 달러 규모의 바이든 정부 SOC 부양책 중 500억 달러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된다. 이에 발맞춰 인텔은 2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삼성과 TSMC에 대해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해 공장을 지으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와 한국의 선택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현재 검토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한 17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만이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하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중국도 미국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한국 경제의 ‘생명선’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세계열강의 반도체 대전은 따라서 한국이 지금부터 풀어나가야 할 복합고차방정식인 셈이다. 삼성은 물론 한국의 국가적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