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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의 최고 권위 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시상식에서 수여된다.

필즈상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여되는 된다.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수상자는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 중에서 선정된다.

한번 시상할 때 보통 2∼4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날 시상식에선 허 교수 외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만5천 캐나다 달러가 주어진다.

40세 이전에 수상자가 되려면 늦어도 30대 초중반에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노벨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까지 수상자는 모두 60명이며, 미국과 프랑스 출신 학자가 많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인이 3명, 중국계 미국인 1명, 베트남계 프랑스인 1명 등이 수상한 바 있다.

허준이 교수

통계학자와 러시아문학자를 아버지와 어머니로 둔 허준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한국으로 와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와 석사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2007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학사, 2009년 같은 학교 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는 2014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받았다.

통상 필즈상 수상자들이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 연구에 큰 업적을 이뤄낸 끝에 상을 받는데 비하면 허 교수는 ‘늦깎이’란 말을 듣는다. 학창시절 수학 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춰졌던 재능이 빛을 발했다. 실제 나이 제한 때문에 1983년생인 허 교수에게는 올해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난 이후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오랜 수학 난제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수학계에 명성을 떨쳤다. 리드 추측은 채색 다항식을 계산할 때 보이는 계수의 특정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968년 제기된 수학계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의미

허 교수는 뛰어난 연구 업적과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앞서 사이먼스 연구자상, 삼성 호암상, 뉴호라이즌상, 블라바트닉 젊은과학자상 등을 받은 바 있다. 허 교수는 또 지금까지의 업적보다 앞으로 더 훌륭한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라나 석사과정까지 공부한 한국인 수학자다. 이는 한국의 기초학문 교육 수준이 이처럼 뛰어난 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