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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사진 정치

2021-03-18

한반도 리포트

ⓒ KBS

지난 1월에 8차 당 대회가 끝난 뒤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차례에 걸쳐 여러 구성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5년 전 7차 당 대회 때는 단 한번만 사진 촬영을 했다. 또 지난 3월 6일, 시군당 책임 비서 강습회를 폐막하면서 찍은 기념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첫 째 줄이 아닌 세 번째 줄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사진 촬영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이유는 무엇인지, ‘북한의 사진정치’를 통일부 통일교육원 정은찬 교수와 알아본다. 


최고 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 = 자부심

북한 주민들은 최고 지도자가 나오는 사진을 1호 사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고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의 경우, 한 프레임 안에 수 백 명 혹은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인물식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선택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의 평생 소원 중 하나가 지도자와 함께 1호 사진을 찍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북한에서는 1호 사진을 그야말로 가보처럼 여기는데 그것은 단순히 명예나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1호 사진의 유무가 일종의 스펙이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와 기념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 대학추천이나 승진인사에서도 특혜를 받는다. 그리고 비록 핵심계층이 아니어도 1호 사진에 찍히기만 한다면 계층상승, 인생역전의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1호 사진은 출세를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라는 얘기다. 


출세의 필수 조건이 된 1호 사진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군부대를 시찰할 때면 해당 부대의 군인이나 그의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서 군의 사기를 높였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보다 사진정치를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학 생활의 경험으로 사진이나 영상 등 미디어 활용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식 사진 정치의 특징은 무엇일까?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는 영화 예술작품으로서 지도자에 대한 선전성을 굉장히 많이 부각시켰습니다. 그리고 사진 찍을 때는 굉장히 정적으로 찍는 모습들이 많았거든요. 김정은식 사진정치의 특징은 일단 촬영 대상이 각계각층으로 확대됩니다. 사진을 찍는 스타일에서 상당히 스킨십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2017년도에) 북한의 미사일엔진 신형엔진을 개발한 군부의 연구자를 지도자가 등에 업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런 건 선대 지도자 때 보여주지 않는 사진이거든요. 또 옆에 주민들을 앉히고 자기도 이제 맨 바닥에 그냥 털썩 앉아서 찍는 사진 이런 것들, 지도자가 다정다감하고 주민들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챙기는 이런 스킨십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진 형식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도자가 백두산 천지를 방문해서 바람을 맞는 장면, 머리를 휘날리는 장면 이런 것도 찍고, 과거의 지도자 보다는 굉장히 젊은 지도자로서 역동성이 있는 모습들을 굉장히 많이 부각시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선대지도자와 차별화된 리더십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이미지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정책·이미지 선전에 적극 활용

북한에서 1호 사진은 최고지도자의 정책과 이미지를 선전하는데 적극 활용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젊은 지도자지만 안정감 있게 북한 체제를 이끌고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사진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걸까?


“김정은 위원장이 표출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나는 지금 대중 속에서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인정받고 그리고 대중들의 의지를 반영해서 정치를 하고  다는 것을 상당히 홍보하기 위한 측면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대중들과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런 모습들을 부각시키고 유치원 사진도 그렇고 공장에 가게 되면 구두 밑창에 접착제를 바르고 허리를 굽혀 잡초를 뽑거나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표출하는 이런 장면들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력한 이미지 보여준 경우도 있어요. 어떤 경우는 회의에서 질타하는 모습을 보여 있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젊은 지도자로서 결단력이 있고 신속하게 모든 것들을 대처하는 이러한 모습도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미사일 발사할 때 직접 본인이 이제 지휘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주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력하거든요. 무서울 것이 없고 두려울 것이 없다,  이런 것들도 강조하고 또 한쪽으로는 지도자가 그렇게 질타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도자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책임 일꾼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책임 전가시키는 이미지도 표출 합니다. 

또 하나는 주민들의 불만이 지도자에게 상달되기 전에 책임 일꾼을 질타하고 징계함으로 인해서 주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것을 만드는 것들이 정치적 리더십으로 다 함축 돼 있습니다.”


자신의 노출빈도를 늘려 주민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한편 강력하고 단호한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김정은식 사진정치. 그러나 실체가 없는 이미지는 그저 이미지일 뿐이다. 경제난과 안보 불안 등 북한의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북한의 사진정치도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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