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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을 북한에서는 고려의학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독립된 체제로 운영되는데 비해 북한은 고려의학과 서양의학이 밀접하게 결합돼 운영된다.

이렇게 남북한의 한의학은 명칭 뿐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남북 통합 1호 한의사인 김지은 씨와 함께 북한의 한의학을 살펴본다.

국가 건국 초기부터 한의학에 관심 높아... 

북한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고려의학, 그러니까 한의학을 전공하고 내과의사와 소아과의사로도 일할 수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한의학을 동의학이라고 불렀다. 1993년에 고려의학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동의사를 고려의사로, 동약을 고려약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북한이 의료현장의 어려운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전통의학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분석도 많다. 물론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겠지만 북한은 오래전부터 서양의학과 함께 전통 의학인 고려의학을 의학의 한 축으로 간주해 왔다고 한다. 

남한과 확연히 다른 의과대학 시스템 

북한은 1960년 평양의학대학에 동의학부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각 도의 의학대학에 동의학부를 설치해 동의사를 양성해 오고 있다. 의학대학 내에는 고려의학전공과 서양의학전공이 있다고 하는데 남한처럼 별도의 한의과 대학이 없다고 한다.

의대 교과과정이나 체계 또한 우리와 다르다. 우리와 같은 의사 국가고시가 없는 대신 졸업시험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또 의대 과정을 다 마쳤다고 모두 졸업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졸업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선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 300쪽 분량의 외국어 원서를 번역해야 하고, 10명의 해산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졸업 전 6개월간은 병원에서 실습을 진행하고 실습리포트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군진의학과정을 수료해야만 졸업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전공을 선택하지 못하는 북한 의사들

우리나라에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면허를 받으면 일반의로서 진료를 시작할 수 있다. 또 국가가 지정한 수련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 과정과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고, 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공이 선택된다고 한다.

의사가 되어도 북한의 의사들은 정기적으로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3년마다 치르는 의사자격시험에서 탈락할 경우, 의사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고, 또 급수가 급여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북한 의사들은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한의학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북한 주민들 

지난 2020년 한국 한의학연구원에서 ‘북한의 한의학 활용과 연구현황’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1차 진료기관인 리동진료소와 인민병원 등 의원급 기관부터 4차 진료기관인 조선적십자 종합병원까지 모두 고려의학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 진료기관에서 고려의학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 등으로 의료설비와 치료제등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고려의학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한의학 교류와 협력의 당위성

지난해 말 한국 한의학진흥원과 통일연구원은 ‘보건의료 분야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비록 남북이 한의학과 고려의학이라는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만 한의학은 남북의 공동유산이고, 통일 후 통합의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꾸준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은 오랜 세월동안 고려의학을 민족의학으로 보급해왔지만 전문가들은 현대화와 안정성 검증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같은 뿌리에서 발전해온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이 서로 교류할 수 있다면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