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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집단 체조

#한반도 리포트 l 2022-05-25

한반도 리포트

ⓒ KBS

지난 2018년 9월에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아리랑 선율에 맞춰 오른 대형 한반도기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현란한 율동 뒤로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구호와  화동의 모습이 카드섹션으로 펼쳐졌다. 

가야금과 장구가  어우러진 우리 민족의 소리 , 태권도 시연을 비롯해 체조와 춤 등으로 구성된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드론 100여 대가 공중에 ‘빛나는 조국’이란 글자를 새기는 등 첨단기술도 동원됐다. 이렇게 대규모 카드섹션과 다양한 퍼포먼스로 구성된 공연을 집단체조라고 하는데 북한의 대표적 공연형태 중 하나다. 

김채원 춤문화 비교연구소 소장과 함께 북한의 집단체조를 살펴본다. 


종합적인 체육 예술인 ‘집단 체조’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은 집단체조를 ‘수 천, 수 만 명의 큰 집단이 참가하여 진행하는 높은 사상성과 예술성에 세련된 체육기교가 배합된 새 형태의 종합적인 체육예술’이라고 설명한다.

예술가들을 문화전선에서 싸우는 투사로 규정하고, 문화예술을 정치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북한에서 “집단체조”는 주민들의 교양수단 중 하나다.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집단체조는 1930년 김일성 주석이 중국 지린성 창춘 카륜에 있는 진명학교에서 일명 꽃 체조를 창작, 지도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 후 1955년 광복 10주년 기념으로 공연됐던 <해방의 노래>에서 카드섹션을 담당하는 ‘배경대’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1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형공연으로 규모가 커진 건 1958년에 공연된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이었고, 현재 집단체조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은 1961년 공연된 대집단체조 <로동당 시대>다. 


체조대와 배경대, 음악으로 구성 

북한의 집단체조는 체조대와 배경대, 음악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기 유기적으로 연계되는데 <체조대>는 가장 중요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집단체조에서 음악은 수많은 참가자들의 동작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객석에 위치하는 배경대는 그림과 글씨 등의 카드섹션으로 체조대가 표현하지 못하는 주제나 내용을 설명하고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배경대는 단순한 카드섹션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회화미술로 여겨지며 전문가들에 의해 세밀하게 작업된다고 한다. 


창립 50주년 맞은 ‘집단체조 창작단’

지난 해 11월 북한 노동신문은 ‘집단체조 창작단’의 창립 50주년 기념보고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집단체조 창작단’은 말 그대로 집단체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단체다. 북한은 주요기념일이면 수도와 지방에서 광범위하게 집단체조를 진행해 왔지만 상설기구는 없었습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체육교원들과 음악, 미술 전문가들이 임시 창작단을 조직하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보다 효과적인 준비와 진행을 위해 1971년 11월 ‘집단체육창작단’을 조직했다.

집단체조는 학생과 근로자등 일반인들이 주로 참가하고, 체육이나 무용전공자들을 따로 선발해서 고난도 동작이나 중요 장면에 배치해 왔다. 1983년에는 집단체육창작단 산하에 ‘청소년 체육학교’가 만들어졌다. 체조에 각별한 취미나 특기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방과 후 체육학교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공연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파트를 담당하게 했다.

북한의 집단체조는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공연 자체도 입체화되기 시작한다. 2000년에 들어오면서 체육과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만들어진다.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으로 분화돼

조선노동당 창건 55돌을 기념한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은 자그만치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명칭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으로 바뀐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2년은 김일성 주석 탄생 9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이 되는  북한으로선 매우 의미있는 해였다.

이 때 기념비적인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작품이 창작, 공연된다.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 역시 10만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작품으로 음악과 카드섹션, 군무, 체조, 연극, 무대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총망라된 종합공연예술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눈물의 아리랑을 부르던 인민들이 선군혁명의 새 시대를 맞아 힘차게 전진한다는 내용으로 2005년부터는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했고 2007년엔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체조로 인정돼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북한의 전체주의를 강화하는 데 활용

북한음악 전문가인 영국의 민속음악학자 키스 하워드(Keith Howard)는 북한이 집단체조의 율동을 일부러 어렵게 구성했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의 실수로 공연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의 전체주의를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집단체조는 참가자나 관객 모두에게 사상무장과 결속을 다지는 수단이라는 평가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현대 사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 출신 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우리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평양’ 연작 중 하나인 ‘평양 Ⅵ’(Pyongyang VI)로 2007년 북한의 아리랑 축제를 촬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면 거대한 꽃의 형상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대한 집단 속에 매몰된 개인, 강력한 사회주의 구조 속에 갇힌 개인을 보는 것 같다. 

10만명이 넘는 공연 참가자들이 이루어내는 이 웅장한 집단체조는 북한의 집단성과 특수성을 대변하는 공연물이 아닌가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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