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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국의 색과 선을 알리는 - 이영희

2006-04-14

한국의 색과 선을 알리는 - 이영희
지난 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최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의 일이다. 영화 올드보이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장편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겸해 열린 베니스영화제 공식 스크리닝 행사에 초청된 배우 이영애는 쪽진 머리에 빨간 저고리, 짙은 밤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입고 등장해, 현지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그러나 결코 서양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드레스에도 기죽지 않는 이영애의 한복이 누구의 작품이냐가 화제였다. 현지 밀라노에서 급하게 만든 한복이라느니, 한국에서 급하게 공수하였다느니 참 소문도 많았다. 이런 저런 소문을 들으며 그녀의 한복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사람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싶다. 그 우아함과 기품만으로 세계인의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영애의 한복! 그 한복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69세의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였다.


손으로 색을 만들어...

이영애가 입고 레드카펫을 걷던 한복은 영화의 이미지와 이영애의 이미지를 고려해 디자인된 것이다. 저고리는 적홍색으로 정했으며, 속이 비치는 홑겹 재질 원단을 사용해 짧고 타이트한 저고리로 디자인했다. 짙은 밤색처럼 보이는 치마도 회색이 강하게 도는 브라운 색상으로 국사라는 고급원단으로 만들어 우아함과 기품을 더했다.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의 한복은 색으로 이야기된다. 그의 한복색에는 인간미가 흐른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일이 손염색으로 만들어내던 색을 그녀는 그녀의 한복에서 다시 보여준다. 성신여대에서 염색 디자인을 전공한 이영희는 1977년 서교동에 ‘이영희 한국의상’을 개업한다. 서른 후반의 나이였다. 손 끝이 매운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머니의 솜씨를 보고 배운 그녀가 한복을 만드는 일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 나름대로 한복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정작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색이 문제였다. 한복의 기본은 색인데도 그 특유의 색을 가진 원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서양색도 고유색도 아닌 국적불명의 색으로 한복을 디자인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 것이 ‘석주선’이었다. 석주선 박물관에서 이영희는 색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 그리고 당장 시작한 것이 손으로 직접 염색하는 일이었다. 한국의 색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일일이 염색하고 말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색이다. 밤색이나 회색빛이 감도는, 적홍색이나 천박하지 않은, 이영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국의 색이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바람에 의해 그 아름다움이 더욱 풍부해진다.

1983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독립 축하쇼를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이후 LA올림픽 개막 기념쇼, 쓰쿠바 EXPO 축하쇼, 밀라노에서 열린 서울올림픽쇼, 뉴욕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전야쇼 등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소개하였다. 1993년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여, 한복을 재구성하여 찬사를 받았다. 그 때 얻은 별명이 ‘바람의 옷’ 이다. 르몽드 지가 그녀의 컬렉션을 보고 ‘바람에 의해 그 아름다움이 더욱 풍부해진다’ 하여 그 때부터 그녀의 한복에는 ‘바람의 옷’이라는 애칭이 생기게 되었다.

뉴욕 32번가에 가면 이영희 박물관을 찾을 수가 있다. 이곳에는 이영희가 디자인한 한복들과 그녀의 소장품을 볼 수가 있다. 이곳은 옷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한국 문화의 보여주기 위해서, 오고 가던 사람들이 우연히 둘러볼 수 있도록, 그래서 한복의 우아함과 그 기품있음을 알리기 위해서 그녀가 만든 곳이다. 처음 그녀의 한복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서양인들은 한복이라 부르지 않고 코리안 기모노라 불렀다고 한다. 동양하면 일본의 기모노 아니면 차이나 스타일만을 떠올리던 그들에게 그녀는 한복만의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이제 그들은 코리안 기모노가 아닌 한복을 찾는다.

2006년 봄,여름 그녀는 주름을 선택했다. 한복의 선을 이용해 그녀는 또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물론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옷들을 보며 달라진 뭔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숨겨진 듯 한데 미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 그녀의 디자인이다. 한복이란 게 그렇다. 드러내놓고 그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는다. 안보이는 듯한데도 그 기품은 매화향처럼 모락모락 퍼진다. 그래서 그 기품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 한복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영희의 손이다. 이제는 그녀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전통의상인 이영희 맞춤한복 이외에 그녀는 이영희 파리, 메종 드 이영희 등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장소와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옷이니까.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녀의 한복에 대한 사랑과 옷을 통해 보여지는 기품은 똑같다. 그것이 이영희이기 때문이다.




출    생1936년 2월 24일
신    체키 162cm
출생지대구광역시
학    력성신여자대학교대학원 염직공예
취    미수영
경    력1984 LA 올림픽 개,폐막 기념패션쇼 참가
1986 한.불 수교 100주년 기념 패션쇼
1988 서울올림픽 전야제 패션쇼
1993 파리 프레타포르테 참가
2000 미국 카네기홀 메인홀 Wind of History 공연
2004년 10월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 기념 한일 전통 의상쇼
2005년 6월 ASIAN FANTASIA 2005 참가
2005년 10월 뉴욕워싱턴 이영희박물관 1주년 기념쇼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 두루마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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