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인물

2023년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오늘도 맛있게〉 김태진

#글로벌 코리안 l 2023-12-15

글로벌 코리안

사진 제공 : 김태진
2023년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오늘도 맛있게> 김태진
2023년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에 3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수필 부문의 대상은 〈오늘도 맛있게〉를 쓴 김태진 씨에게 돌아갔다. 파나마 거주 16년차인 저자의 행복찾기 비결은 무엇인지 이야기 들어본다. 


<오늘도 맛있게> 
김태진 

"저기 있잖아..."
 남편이 어렵게 입을 뗐다.
 "... 그런 이유로 이번 달은 돈이 다 떨어졌어."
 달력을 보니 아직 10일. 월급이 들어오려면 아직도 보름은 더 있어야 한다. 보름동안 돈 없이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둘까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괜찮았다는 건 아니다. 울컥 화도 치밀었고, 좀 서럽기도 했다. 원망은 왜 안 했겠나. 그래도 내 가족을 굶길 수는 없지 않나. 정신을 차려야지. 어차피 그동안 늘 넉넉하게 지내왔던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이곳은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지구 반대편이지 않나.

 일단 밑반찬을 만들어놓기로 했다. 맛깔난 밑반찬 몇 개면 한 며칠 버틸 수 있다. 즉시 뒤뜰에 자라고 있는 빠빠야 베르데(그린파파야) 몇 개를 땄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이 나라는 빠빠야 나무가 참 흔하다. 평소라면 그냥 떨어져 썩어버리던 빠빠야인데, 지금은 참 소중한 밑반찬거리이다.......(중략)

 또마떼 체리(방울토마토)도 몇 개 수확한다. 책상 위, 서랍 속, 가방 속을 잘 뒤져보면 동전이 나온다. 몇 개를 모아 단지 내 마트에 가서 까마론 쎄꼬(마른 새우)를 한 봉지 산다. 집까지 걸어오면서 단지 입구에 자라고 있는 리몬나무에서 리몬(레몬)을 하나 딴다. 리몬나무는 가시가 길어서 조심해야 한다.
 이제 재료가 다 모였다. 아이가 있으니 매운 고추는 빼고, 마늘만 빻아준다. 리몬즙을 짜서 넣고 피시소스도 넣는다. 까마론 쎄꼬는 한국의 마른 새우와 달리 단단하니까 물에 불렸다가 물기를 빼고 쓴다. 또마떼 체리는 반으로 갈라준다. 이것들을 잘 빻은 후 미리 채쳐둔 빠빠야 베르데와 잘 섞는다. 이렇게 쏨땀이 완성된다. 우리 가족이 사는 이곳 빠나마(파나마)는 동남아와 기후가 비슷해서인지 식재료도 많이 비슷하다....... (중략)


2023년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주인공인 김태진 씨. 그는 2008년부터 파나마에 거주하고 있다. <오늘도 맛있게>는 남편이지만 아내의 입장이 돼서 쓴 글로 작품의 끝맺음 구절은 이렇다. 

“돈이 많으면야 행복하겠지. 그렇다고 돈이 많아질 때까지 불행하게 살아서야 되나. 지금은 아이가 하나 더 생겨 세 명이고 돈이 없을 때가 더 많겠지만.. 그럴수록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겠지. 난 행복하게 살기로 했으니까.” 

현재 8살, 5살, 6개월된 아이의 아빠이자, 주파나마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그리고 수필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태진 씨. 행복하게 살기로 다짐한 그의 바람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 함께 가져본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