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가칭)'에 대한 양형기준을 정하려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1601호 중회의실에서 101차 회의를 열고 △군형법상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 확정 및 교통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확정 △2019년 연간보고서 발간계획안 확정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의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논의 △'디지털 성범죄'군(명칭 미확정)의 양형기준 확정 △공청회 개최계획안 확정 등의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배포·제공하거나 전시·상영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따로 설정되어있지 않아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범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양형위는 6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디지털 성범죄군의 대표 범죄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로 보고, 이에 따라 대유형 1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로, 대유형 2를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로, 대유형 3을 통신매체이용음란 범죄로 각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양형위는 이어 기존 판결례는 물론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 범위보다 높은 양형을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양형위는 한 차례 더 논의를 한 후 5월 18일 양형기준 초안을 의결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양형위는 의결 이후 1개월 이상의 정해 관계기관에 의견을 조회하고 6월 22일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법관들을 상대로 한 양형기준 설문조사는 재실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양형위는 "설문조사를 재실시할 경우 설문조사 문항 구성과 분석 등에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여 양형기준 설정 작업이 상당히 지체되는 점, 설문 문항의 사안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경우 실제 재판 과정과 유사하여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발생하는 점을 들어 설문조사 재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 양형위는 일선 판사들이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기구입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삼아 양형위원 12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