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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인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임헌영 씨에 국가배상 판결

Write: 2020-09-14 11:04:47Update: 2020-09-14 11:10:31

'문인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임헌영 씨에 국가배상 판결

Photo : YONHAP News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했던 이른바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는 임 소장과 배우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국가가 임 소장에게 1억여 원을, 배우자에게는 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임 소장은 일본에서 발행되는 잡지 '한양'이 반국가단체의 위장 기관지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는 등 회합했다는 혐의로 다른 문인들과 함께 1974년 1월 국군보안사령부에 구속됐습니다.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임 소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임 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 선고 이후 임 소장은 160여 일 만에 풀려났고, 이후 유죄 판결에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그런데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임 소장 등 문인들은 국군보안사령부의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2017년 임 소장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재심 재판부는 임 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는 보안사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수사를 받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거쳐 작성된 임 소장 등의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증거능력이 없고, 다른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임 소장과 배우자는 지난해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불법수사와 언론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로 "사회적 낙인 속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모두 1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재판부도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임 소장에 대한 강제연행과 불법구금, 고문과 가혹행위를 했고, 검사는 기소 전 임 소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문인간첩단을 검거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발표해 이를 보도하도록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같은 공권력 행사는 "범죄수사 및 처벌이라는 공무집행의 외관만 갖추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고(국가)가 그 의무를 위반해 불법체포, 구금 등 위법한 수사를 통해 수집된 임의성 없는 자백을 주된 증거로 유죄판결을 받도록 함으로써 원고(임 소장)를 장기간 구금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하여 단정적으로 피의사실에 관한 공식발표를 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며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따라 국가가 임 소장과 배우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임 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에도 보안사 수사관들에게서 불법적 사찰을 받아왔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위자료 산정과 관련해 재판부는 임 소장이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며 대학 강사로 근무하던 중 체포돼 해고됐고 언론에 '간첩'이라고 보도돼 출소 후에도 사회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간첩' 오명에 임 소장과 가족들이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기관의 불법의 정도가 중한 점, 임 소장의 구금기간, 불법행위의 시점과 현재의 시간적 간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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