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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의 신간을 통해 공개된 북미 정상간의 친서 내용

2020-09-17

ⓒ YONHAP News

북미 정상 간에 오고간 친서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출간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교환한 친서가 공개된 것인데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 2018년 4월부터 작년 8월까지 두 정상이 1년 4개월 동안 교환한 친서 내용이 국제사회에 드러났습니다.

우드워드는 북미 정상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 중 트럼프가 공개한 2통을 빼고 나머지 전부에 접근했다고 밝혔는데요, 국가 정상간 교환된 친서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큽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의 설명을 들어봅니다.


<최영일> 이렇게 전격 공개된 사례는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국가 정상 간의 친서는 기밀을 요하는 문서인데요, 통상 30년 이상 비밀로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야 겨우 공개 될까 말까, 그것도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들은 완전히 봉쇄 수준으로 비공개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번 친서는) 굉장히 빠르게 공개된 겁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약 2년에 걸쳐 무려 27통의 오간 친서가 전격 공개된 일이라 이건 역사적으로 굉장히 파격적인 사건이라고 봐야 될 것 같고요. 그 방식은, 밥 우드워드 기자, 70년대 미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워터 게이트 사건을 특종 취재했던 기자인데,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복사하거나 사진으로 찍은 방식이 아니고, 장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도 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친서를 직접 읽으면서 녹음을 한 방식을 담았기 때문에 사실상 전문 공개와 다를 바 없는 방식이고요. 그래서 공개 자체가 파격적인 사건이고 그 내용 분석에 있어서 앞으로 남북미 관계와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상당히 예의주시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주고받은 친서들을 보면, 첫 만남을 약속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가 판문점 회동 이후 멀어진 관계의 궤적이 드러납니다.

2018년 6월에 있었던 1차 북미회담과 2019년 2월 말, 2차 북미회담 사이에 친서 교환이 절정에 달했고, 이 시기에는 비핵화 진전을 위한 협의도 이뤄졌는데,

특히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표현이 가감없이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영일> 2018년 6월인데요. 두 사람이 만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1초 만에 끌렸다. 우리는 케미가 통할 줄 알았다. 거의 연애 감정 같은 표현이 강력하게 등장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상당히 치켜세우는 극존칭 표현이 등장하는데,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각하’ 정도에 해당하는 ‘Your Excellency’ 라는 표현이 친서 한 통에 무려 아홉 번이나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각하의 지도력을 상당히 존경하고 있다.” ,“위대한 지도자이다.”, “북미관계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함께 열게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북한 지도자의 노력이 담겨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것은 상당히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분석을 해야만 될 것 같고요. 그래서 미국은 계속 핵을 없애는 문제, 그리고 북한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어주기를 희망하는 이면을 밑바닥에 깔고 이런 친서들이 하노이 회담까지 상당히 분주하게 오가는 정황들이 이번 밥 우드워드 기자의 책에 아주 자세하게 담겨있습니다.


친서 교환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드물어졌습니다.

'하노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6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는데, 트럼프가 "러브 레터"라고 부른 이 친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이끄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의 기회" 즉, 3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그리고 20일 후에 세계가 놀랄 만한 '깜짝쇼'가 펼쳐졌죠.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두 정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친서와 함께 보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됐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담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이는 두 정상의 친서교환이 뜸해지는 계기가 됐는데요.


<최영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해인 2019년에 하노이 회담도 결렬 됐죠. 그 해 6월에 판문점 회동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이 강행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니, 김 국무위원장이 상당한 불만의 마음을 담은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아가게 됩니다. 그 내용이 아주 생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각하와 저는 이제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정도의 친분은 된다. 그래서 말인데 상당히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다. 언짢은 심기를 그대로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용하는 것은 결국 두 정상간의 약속을 미국이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 미국을 우리가 어떻게 믿고 핵을 내려놓겠느냐 하는 이런 강력한 의사 피력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하냐면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는 사적인 관계로 구분을 하게 되고, 북한과 미국의 핵과 경제를 놓고 벌어지는 딜은 공식적 관계로 나누게 됩니다.


올해 3월, 코로나와 관련한 친서를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양국 정상 간 친서 교환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밥 우드워드의 새 책이 북미 정상간의 친서를 공개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입수한 사실을 알았을 때 공개하지 말 것을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은을 조롱하지 말라. 당신의 조롱으로 핵전쟁에 들어서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고 하는데요.


<최영일>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것도 기자의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지금 핵과 경제의 북미 간의 딜이 끝난 것도 아니고 협상은 한참 더 진행 되어야만 하고, 비핵화는 이뤄져야 할 길인데, 외교를 담당하는 국가지도자 입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외교 관계에서 상대의 불신을 초래하게 되는 일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상당히 면을 구기게 되는 일이 될 수 있고, 그리고 또 김정은 위원장도 연서에 가까운 이야기를 트럼프 대통령과 주고 받았는데, 이게 공개 된다면 자신도 웃음거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친서 내용이 전달되기 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말 총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최고 존엄의 위상이 북한에서 상당히 훼손될 수 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히 꺼리는 부분일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과 본인 자신의 앞으로의 북한과의 딜을 생각 하더라도 친서의 공개는 미국에 타격이 큽니다. 백악관에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책 잡히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김정은은 건강하다. 절대 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썼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김 위원장을 대하기 어려운 상대로 칭하면서 이를 오히려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장치로 삼아온 것을 미뤄볼 때,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협상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가 공개된 다음날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과의 친서 내용이 무더기로 공개된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영일> 미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특정한 매체의 관록 있는 대기자가 이것을 출판을 하게 됐지만, 막을 수 없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일관적이고 여전하다. 이걸 보여줘야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트위터 메시지 형태로 김정은 위원장은 건강한 사람이다, 매우 건강하다, 그리고 그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강력한 인물이고 지도자라는 것을 추켜세우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이 책의 출간 때문에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대내외에 피력한 것으로 보여지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국내외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그렇게 또 밀리지 않는 파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미관계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나는 계속 사적 관계를 공적으로 이어가는 것을 유지할 것이다, 라고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고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로,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이 없었는데요.

하지만 현재 북미 냉각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듯한 내용의 김 위원장 친서가 공개된 것은 북한 입장에서 매우 불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무대응을 두고 '미국 무시 전략'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영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여기에 대해 언급하고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 한다면 북미관계는 상당히 위험에 빠질 수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북한 외교 당국의 공식 성명 형태로 나오는데 이것도 엄중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지켜봐야겠는데요. 사실 북한이나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히 분노할 입장에 있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이 혹은 미국이 북한에 책잡히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건 북한이 상당히 선호하는 득점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것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친서 공개는 북한에 있어서 북미 관계에서 반드시 나쁜 영향만 주거나 나쁜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외의 급반전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커다란 반응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에만 3일에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며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양샙니다.

'최고 존엄'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북한이 친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불만을 나타낼지, '미국 무시 전략'을 계속 이어갈지, 북한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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