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포트

한반도 A to Z

한반도 리포트

북한의 전통 음악

2022-03-09

ⓒ KBS

젊은 국악인들 중에는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작업을 하는 팀들이 많다. 

판소리와 팝을 접목하고 또 댄스팀과 협업을 하는가 하면 굿을 비롯해 민요, 랩,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작업하면서 국악의 멋과 매력을 전한다. 국악의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전통음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와 북한의 전통 음악에 대해 알아본다. 


남북이 전통 음악을 대하는 방식

남과 북은 6.25 전쟁 후 분단된 상태로 70여년을 지내면서 전통음악을 대하는 방법도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가 전통의 계승과 원형보존을 중요시한다면 북한은 민족음악이라는 이름하에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전통음악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그러니까 북한의 민족음악은 사회주의 범주 안에서 전통음악을 재해석하고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은 전통음악에 대한 기본 해석이 다른 만큼 악기 개량과 악기편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은 전쟁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민족악기 개량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전통악기를 개량하거나 문헌 속에만 존재하는 고악기를 복원하고 또 복원된 악기를 개량했다. 북한에서 전통악기를 개량하는 이유는 양악기와 잘 어우러지고 현대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한의 악기 개량 사업과 북한식 창법

북한의 일반적인 민족 관현악 편성은 소·중·대·저 네 가지 음역대의 해금과 옥류금, 앙금, 가야금  그리고 고음 중음의 대금, 고음 단소, 대피리, 장구 등인데 발현악기 중 가야금이 개량을 거쳐 북한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악기 개량화 작업이 완성되면서 민족 악기와 양악기를 섞어 편성한 배합관현악도 등장했다.

북한은 악기 개량 뿐 아니라 고유의 창법도 변화시켰다. 북한의 성악발성은 전통 민요 등을 부르는 민성창법과 서양 음악식 발성인 양성창법으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맑고 나긋나긋하면서 간드러지는 듯한 느낌으로 노래하는 창법은 북한의 전통 민요인 서도소리 창법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발전시킨 민성창법이다. 민성은 민족 발성의 준말로 주체 발성이라고도 부른다.

북한은  민요를 민족 성악의 뿌리로 여긴다. 그래서 왕이나 귀족들이 향유하던 음악을 배격하고, 서민의 음악인 민요에 철학을 부여했다. ‘예술은 노동 속에서 창조되고, 근로 인민의 보람찬 생활을 옳게 반영해야만 참다운 인민의 예술’이라고 한 김일성 주석의 예술관에 따라 가사도 사회주의 체제에 맞게 바꿨다. 그리고 대대적인 민요 채록과 채보작업도 진행했다.


판소리 대신 가극 형태의 공연 많아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소리(창)와 아니리(말), 너름새(몸짓)을 섞어가며 진행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공연예술이다. 판소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음악 장르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판소리는 양반과 지배계층의 정서가 배어 있다는 이유로 배척되고 대중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판소리 대신 북한에는 가극형태의 공연이 많다. 가극은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구성이나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있는 북한식의 독특한 예술 장르다. 해방 후 창극이나 가극형태의 작품이 현대적인 공연양식과 음악으로 재창작되면서 혁명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했다. 혁명가극이란 항일투쟁과 계급투쟁을 주제로 음악, 무용, 연극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형태다. 북한의 혁명가극은 <피바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피바다>는 1920년대 말에서 30년대 초가 배경이다, 을남 어머니 순녀가 일제에 의해 겪는 고통을 통해 혁명의 필연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로 1971년에 가극화됐다. 당시 이 작품은 ‘혁명가극 피바다’로 불리면서 ‘혁명가극 피바다식’이란 공연양식이 생겨났다,

혁명가극은 사상계몽과 선전, 선동을 위해 예술성보다는 규모와 무대를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한 작품에 200명 이상의 배우들이 등장해 군중음악과 군중무용을 선보인다.

‘혁명가극 피바다’ 이후 고전작품을 혁명가극 형식에 맞게 무대화하는 작업도 진행됐는데 혁명가극과 구별해서 ‘민족가극’이라고 부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로 1988년 12월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초연된 춘향전은 북한 민족가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분단 70년 동안 북한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있다. 같은 뿌리를 가진 전통음악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시대에 맞는 전통음악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그 보존과 계승 또한 우리의 문화를 살찌게 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