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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 외교관 귀순

주간 핫이슈2016-08-18
북한 고위 외교관 귀순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던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고 통일부가 17일 밝혔다.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태영호 공사 가족 입국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태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어 서열 2위”라며,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선전 담당인 태 공사는 부인 오혜선 씨, 두 아들, 딸 등과 함께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는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바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태 공사는 경기도 시흥에 있는 탈북민 보호센터에서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출신 성분의 탈북 최고위급 외교관


태 공사는 북한의 최고 엘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이다. 이는 현 직위나 직책만이 아니라 이른바 ‘출신 성분’까지 말하는 것이다.
태 공사는 김일성과 함께 빨치산 활동을 했던 인민군 대장으로 총정치국장을 지낸 태병렬의 아들이며, 부인 역시 빨치산 가문 출신으로 알려졌다. 빨치산 가문이란 북한의 최고 출신 성분이다.
태 공사는 일찍이 중국에 유학하고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후 외교관이 된 엘리트다. 덴마크, 스웨덴을 거쳐 영국에서 10년 정도 근무했으며, 북한 외무성 EU 담당 과장, 구주국장 대리 등을 거쳐, 북한 내 최고 유럽통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주영대사관에서는 체제 선전을 담당, 언론을 비롯해 영국 사회와 접촉이 많았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태 공사 가족이 탈북을 결심한 것은 체제와 미래에 대한 절망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더 이상 북한 체제에 희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들의 미래도 암담했고,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도 갖게 됐을 것이다.
여기에 태 공사의 경우, 아들이 영국 명문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으로 귀환해야 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체제에 대한 절망과 자신과 가족의 미래 때문에 탈북을 결행한 것이다.

의미와 전망


이번 일은 북한의 최고 기득권층에 속하는 ‘빨치산 2세대’의 첫 탈북이라는 점과, 최근 대북제재 국면에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급증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5% 이상 늘어났고, 특히 해외파견 인력, 즉 외화벌이 일꾼 등 중산층 이상 엘리트 계층의 입국이 급증했다.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홍콩 수학영재 탈북에 이어 김정은 비자금을 관리하는 현역 인민군 장성 탈북설까지 북한 체제의 내부 균열 조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태 공사 탈북은 특히 빨치산 2세대라는 점에서 북한 내부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