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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평양원정 축구

주간 핫이슈2019-10-16

ⓒYONHAP News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벌였으나 득점 없이 비겼다.

이날 경기는 북한의 거부로 생중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관중도, 취재진도 없이 진행돼 유례없는 ‘미디어 암흑’ 경기로 진행돼 세계를 경악시켰다.


29년 만의 평양 원정 남북대결

이날 경기는 북한 관중 4만 명이 입장, 일방적인 응원을 펼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고, 킥오프 때까지 전혀 들어오지 않은 채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앞서 북한은 생중계는 물론 취재진 입국도 거부, 중계도, 취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평양 원정은 1990년 10월 남북 통일 축구 경기 이후 29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은 ‘토트넘’의 손흥민과 ‘보르도’의 황의조를 투톱 스트라이커로 한 4-4-2 전술로 나섰고, 북한 역시 ‘유벤투스’의 한광성과 ‘장크트푈텐’의 박광룡 등 유럽파 투톱으로 맞섰다.

대한축구협회 전언에 의하면 초반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면서 한 차례 감정싸움이 벌어졌고, 아시아축구연맹 경기감독관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후반에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북한 선수에 이어 한국 측도 경고를 받으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벤투 감독은 교체 멤버 3명을 모두 소진하면서 골을 노렸으나 결국 득점 없이 비기고 말았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북한과 역대 전적에서 7승9무1패를 기록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에서는 승점 7점으로 북한과 동률을 이뤘으나 골 득실에서 앞서 1위를 지켰다.


비현실적인 기이한 경기

이번 경기는 세계 언론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 관심은 경기 자체가 아닌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중계도 관중도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 주요 매체들은 “역사적인, 그러나 비현실적인”, “기이한”, “기괴한” 등의 형용사를 동원해 이례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북한은 응원단은 물론 중계진, 취재팀 등의 입북을 모두 불허한데다 관중마저 입장시키지 않아 경기는 외부 세계와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경기 상황은 단편적인 문자로 말레이시아를 거쳐 국내로 전해지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내에서는 축구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중계는 물론 취재진까지 거부한 북한과 사전에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정부 양측 모두에 비난이 쏟아졌다.

 

배경과 반응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경기 생중계, 비자 문제, 외국 기자들의 접근 등에 관련된 여러 사안에 대해 놀랐다”면서 북한 축구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 사안이 남북 교류가 아닌 월드컵 예선전임을 강조하면서 “어떤 의도에서 이뤄졌는지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에 항의·유감을 표명할 사안은 아님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청와대 측에서는 이번 경기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와 같은 평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기대했으나 이런 상황이 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야권은 “우리 선수들의 신변을 걱정해야 하는 깜깜이 경기” 등의 표현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