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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세계 유산

2025-05-21

ⓒ KBS News
유네스코(UNESCO)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세계 유산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을 선정해서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때문인데 북한의 유산과 자연도 유네스코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와 북한의 세계 유산을 살펴본다.

북한 백두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백두산의 북한 구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4월 10일 북한의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했다. 
작년 백두산 중국 영토 부분이 '창바이산'(長白山·장백산)이란 이름으로 세계지질공원이 된 데 이어 북한 쪽도 지정되면서 산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북한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됐는데 북한과 유네스코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유네스코 회원국이 된 북한은 199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했다. 이후 두 가지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고구려 고분군’은 독창적인 고분 구조와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고 2013년에는 고려 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개성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정은 시대의 무형문화재 정책과 북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에 힘입어 북한은 무형문화유산까지 적극 보호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하고, 무형문화재를 규정하는 용어로 ‘비물질문화유산’을 공식 지정한 북한은 이 법을 바탕으로 ‘아리랑’, ‘김치 담그기 풍습’, ‘조선옷차림 풍습’ 등 다양한 분야의 무형 문화를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북한 매체들도 무형 문화를 자주 소개하고 유네스코 등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2014년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처음 등재되었고, 이후 ‘김치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 / 남북공동등재), ‘평양랭면 풍습’(2022년), ‘조선 옷차림 풍습’(2024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북한의 문화유산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빠르게 늘어나는 북한의 자연유산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자연 유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4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담화에서 “우수한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북한은 ‘민족유산보호법’을 개정해서 산과 호수, 동굴, 화석 같은 자연 유산도 민족 유산 범주에 포함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 유산 등재로 이어지며 북한의 6대 명산 중 하나인 칠보산이 2014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18년에는 금강산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평안남도 문덕과 함경북도 라선도 물새나 희귀동식물의 서식지로 보호할 가치가 높은 곳인 ‘람사르 습지(Ramsar wetlands)’로 지정됐다.

북한이 유네스코 등재에 관심을 두는 이유와 남북 협력 가능성
북한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등재하는 이유는 관광 산업 육성과 국가 이미지 개선에 있다.
문화적 자산과 자연 자원을 세계에 알리는 유네스코 등재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북한의 유무형 유산이나 명승지가 세계유산이나 세계지질공원 등으로 지정되면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며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이 문화재와 자연 유산 보호 노력을 강화한다면 남북이 협력할 수도 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 한반도 고유의 세시풍속인 씨름이 남북 공동의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남북은 이미 공동의 유산을 갖고 있는데, 그때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더 많은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