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한국의 여름 휴가철을 의미하는 ‘7말 8초’!
가장 무더운 시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는 더위를 피해 대부분의 직장인이 휴가를 떠나는 시기인데 무더운 여름, 북한 주민들은 어디로 피서를 갈까?
최근 개장하며 올 여름 북한에서 주목받고 있는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나용우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실장과 살펴본다.
‘김정은 숙원’ 원산 갈마지구 개장
북한이 7월 1일 개장한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연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집권 이후 핵 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 제재 속에서 관광 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상징적 프로젝트로 추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경험은 관광 개발 구상에 영향을 주었고, 관광은 낮은 정치적 민감성과 장기 수익 구조 가능성 면에서 전략적 선택이었다.
희고 부드러운 모래밭이 10리(약 4㎞)에 달한다고 해서 ‘명사십리(明沙十里)’라는 이름이 붙여진 원산 명사십리는 해안을 따라 펼쳐진 모래사장과 해당화가 어우러진 풍경이 절경으로 꼽히는 곳으로 북한은 2014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선포하면서 원산 일대의 해안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초 원산 갈마 관광지구는 2019년 완공될 계획이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여러 차례 완공이 미뤄지다 6월 24일 준공식이 열렸다.
북한판 복합리조트,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는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원산 지역의 갈 마 해변을 따라 5.5km에 걸쳐 6개의 대형 호텔과 37개의 여관, 4D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과 각종 오락시설, 옥류관 갈마분관 등의 식당과 상점이 조성된 대규모 관광지구다.
북한 매체들은 ‘외국 관광객을 잠정적으로 받지 않는 상태’라고 보도했지만, 관광은 직접적이고 합법적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자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은 외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적인 관광 문화 휴양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고, 7월 12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이 원산을 방문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
현재 북한의 관광산업은 국내용과 대외용으로 구분해 ‘투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역점을 두었던 관광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등의 외부적 장애요인으로 추진이 어려워지자 2023년 ‘관광법’을 채택해 국내 관광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북한에서 국내 관광은 제한적 수준이지만 북한 주민의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관광지역에 주민들이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사회통제에 대한 불만을 완화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확보할 수 있다.
관광 산업을 경제 돌파구와 체제 유지 수단으로 삼는 북한은 또 다른 관광지구도 개발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 활동을 한 성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라고 북한이 선전하는 삼지연시는 백두산 천지 물이 흘러내리는 리명수 폭포, 울창한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 숲 등 다양한 관광지를 갖추고 있어 복합형 산악관광지구, 사계절 산악관광지구, 백두산관광문화지구로 개발되고 있다.
개방과 통제의 딜레마, 북한 관광정책은 성공할까?
북한은 원산 갈마 해안지구 개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여러 지역에 대규모 관광문화 지구를 건설하는 계획을 내년 제9차 당대회에서 확정할 예정이지만, 북한의 관광정책 추진은 궁극적으로 통제의 딜레마를 초래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개방을 전제로 하는 관광은 북한 내부로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계기가 되고, 대외적으로도 북한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감시와 통제가 만연한 북한이 과감한 개방과 변화를 선택할 수 있을까?
북한 관광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