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 허용한 북한

북한 경제 체제의 기반은 ‘국유제(國有制)’다. 모든 생산 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고 국가가 경제 활동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북한이 올해 들어 주민들의 자동차 소유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소유를 지양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을까? 최은주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 연구위원과 진단한다.
北, 자가용 개인 소유 전격 허용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주민들에게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허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민법 제59조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를 규정하며, 승용차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2017년에도 북한이 자가용(自家用) 보유를 허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만 당시엔 개인 명의 차량이 아닌 기업소(한국의 기업에 해당)나 기관의 명의를 빌려야 했다. 이랬던 북한이 개인의 차량 소유권을 인정한 배경에는 경제 활성화가 작용하고 있다. 차량 이용량이 높아지자 소비 여력이 있는 사람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으로 자동차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2023년 기준, 북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3만 4천 대 수준으로 약 2600만 대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량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지난 봄, 중국과 접경한 양강도 혜산시 일대에 밀수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대거 쌓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올해 4월,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된 ‘평양판 뉴타운’인 화성지구 3단계 주택 단지에도 우리의 자동차 정비소에 해당하는 ‘륜전기재 종합봉사소’가 들어섰다. 이는 자동차를 정비할 만한 수요층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개인 차량을 보유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돈주, 부의 상징이자 경제적 수준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동차 보유
북한의 경제 위기인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장마당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장사 수완을 발휘하며 부를 축적한 돈주(錢主)가 등장했다. 시장 경제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돈의 주인이라는 뜻의 돈주도 인정하지 않지만, 장사와 밀수 등으로 번 돈으로 멈춰 선 공장의 기계를 다시 돌리고, 텅 빈 상점에 물건을 채워 넣은 돈주는 신흥 부유층으로 북한 경제를 이끄는 실질적인 주역이다.
초밥, 푸아그라 같은 고급 요리를 즐기고,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돈주는 북한에서는 사치품인 자동차를 구매할 정도의 자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경제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어 돈주의 구매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운전면허 취득 방법과 면허 시험
북한은 운전원 양성소(정규과정을 거쳐 면허시험), 군대(운전 교육을 받은 후 면허 취득), 운전 협조원(운전 조수로 2년간 사고 없이 지낼 시 면허시험 볼 자격이 주어짐), 3가지 방법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운전면허 시험은 도(道)마다 1개소씩 운영되는 운전원 양성소에서 실시되며 1년의 교육과정 이행 후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데, 북한의 면허시험은 1년에 두 번(4월/ 9월)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총 4가지 종류의 운전면허가 있다. 1급(모든 차량 운전 가능, 자동차 설계 및 제작 가능), 2급(모든 차량 운전 가능), 3급(2.5톤급 화물차와 버스 및 지프차), 4급 (5톤 이하의 화물차) 운전면허로 4급 면허자가 1~2년의 운전 경력을 쌓으면 시험 자격을 얻어 1~3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가장 높은 1급을 취득할 때까지 보통 8년이 걸린다.
북한의 자동차 소유 허용은 변화의 신호탄?
우리와 달리 흔한 자격증이 아니고, 취득 과정도 복잡한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해서 북한은 최근 간소화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증가에 따른 면허증 수요 확대를 고려한 것이다.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북한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품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전격적인 자동차 개인 소유 허용이 삶 곳곳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로 북한 주민의 자동차 개인 소유는 북한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